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신난다 Sep 23. 2021

스키 스케줄

내가 해냈다.

20여 년 전에 스키를 탄일이 있다. 추운 곳에서 운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있었지만, 굳이 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에게 스키를 소개하려니 스키장에 가야 했다.

아이가 스키를 타고 있는데, 재미있어 보인다. ‘나도 타고 싶다.’

스키 강습을 받기로 했다.

“친구야! 관절 다친다.”

“네 나이가 몇인데, 스키를 타니?”

“내 나이가 어때서?”

“열심히 스키를 탔던 사람도 네 나이에는 그만두는데 웬일이니?”

“다시 생각해봐.”

이런 조언들을 뒤로한 채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처럼 짐을 싸서 바람이 쌩쌩부는 용평으로 갔다.



굳은 결의로 스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 포지션 잡으시고 오른발을 앞으로 무게 중심을 앞으로 하시고 힘을 빼세요.”

“턱의 힘을 빼시고 다리를 떨구세요. 엉덩이를 집어넣으시고요.”

“오른발... 왼발”

“저를 쳐다보세요.”

“저를 안 보니까 넘어지지요.”

“다시 일어날 때는 한 번에 일어나세요.”

“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힘을 빼세요. 어머님(내가?) 힘을 빼셔야 해요.”

힘을 빼라는 의미는 알겠는데 몸이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얼마 전 아이가 배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는 동안 엄마들이 앉아서 기다리는 투명한 유리 상자가 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수영하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아이는 양팔을 위로 올리고 얼굴 밖으로 내밀지 못해서 꽤나 물을 많이 먹은 것 같았다.

아이는 기다리고 있는 내게로 와서 서글피 울었다. “엄마! 엄마는 힘 빼고 수영할 수 있어? 선생님이 힘을 빼고 수영을 하래~ 어떻게 힘을 빼고 수영을 해?”

“그렇지,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하고 수영하러 같이 가자.”

“힘을 빼는 것은 어떤 때 인가하면 네가 잠자기 직전이라고 생각해봐, 그럼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볼록 해 지거든.”

“.........”

아이는 이해 하지 못 했다.

“그래 이런 설명이 뭐 필요하겠니, 즐겁게 놀아보자.”

그 후로 수영 강습을 멈추고 자유수영을 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물놀이를 재미있게 했다. 재미있게 놀이를 하다 보니 힘은 자연스레 빠지게 되었다.

모든 스포츠는 힘을 빼기 위한 훈련이 아닐까?

음식을 준비할 때도 마찬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더 잘 준비하려고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긴장되어 준비할 때보다 재미있게 즐겁게 음식을 준비하는 날은 힘이 들지 않고 결과도 좋았다.    


바람 소리가 쌩쌩....

앞에 가고 있는 스키 선생님은 멋진 춤을 춘다.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박자를 맞추어 흥얼거렸다. 바로 이것 인가 보다. 하나 둘 셋 삼박자에 맞추니 신이 난다. 넘어 지지도 않네? 하나! 두울! 세엣!.

어쩌면, 우리 주위의 모든 일들은 힘을 빼야 하는 일 투성이인데 우리들은 그것을 잊은 채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을 빼자 온 힘을 다해서.


한 번도 안 넘어졌다. 뒤돌아서서 내가 지나온 스키 자욱을 보니 굉장하다.

내가 해 냈다.    

작가의 이전글 <고독 1....... Bach: Cell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