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결국은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사와동화 Jan 08. 2024

프런트 데스크

켈리 양 | 348쪽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1990년대 초,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을 떠나 미아네 가족은 자유의 나라인 미국으로 이민 왔다. 미아네는 성공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는 중국인 야오가 운영하는 모텔의 관리 일을 하게 된다. 미아는 부모님을 도와 모텔의 프런트 데스크 일을 하며, 그곳에 투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 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귀게 된다. 


“엄마, 우린 여기 왜 왔어요? 미국에 왜 왔어요?”

엄마는 시선을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자 벽에 걸린 액자가 흔들렸다.(9쪽)     


200불이라는 적은 돈을 가지고 온 이민자의 삶은 어렵다. 미아는 꿈을 꾼다.     


나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웃었다. 우리의 삶은 곧 바뀔 거다. 우리는 디즈니랜드에 가는 사람들이 될 거다.(4쪽)     


모텔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늘 하던 놀이를 했다. 큰 집을 보고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탐정처럼 추측하는 놀이였다. 

“여자아이가 둘 있는 가족이야.” 엄마가 2층 창문의 분홍색 커튼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양이 한 마리도요.” 내가 말했다. 현관문 아래에 작게 난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27쪽)     


그리고 행동한다.     


다음에 온 손님이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했을 때 나는 명패를 가리켰다. 그러고서 눈에 힘을 주고 손님을 빤히 바라봤다. 포유류에게 뭔가를 하게 하려면 강하게 응시해야 한다고. 왜냐면 포유류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위계질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맨 위에 리더인 알파, 이어서 배타와 오메가가 있다. 알파와 베타의 차이점은 알파가 눈싸움에서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눈앞이 흐려지며 모든 게 둘로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손님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 손님은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그래. 그래. 알겠다. 하룻밤 묵을 방 하나 주겠니?”

와! 통했어!(30쪽)     


프런트 데스크는 내 초콜릿 공책이었고, 이번에는 빼앗길 수 없었다. 절대.(84쪽)     


엄마와 아빠의 삶은 아주 안 좋아졌다.   

  

문턱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마치 세탁실에서 수건들이 쌍쌍이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같았다.(60쪽)     


호텔의 주인인 야오 씨가 ‘심장이 숯덩이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너 좋은 직원과 나쁜 직원을 가르는 기준이 뭔지 아니?” 

“얼마나 성실한지,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야.”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얼마나 자기 분수를 잘 아느냐지.”

뜨거운 햇살이 내리쪼였지만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70쪽)     


미아는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용기를 얻고 결국은 꿈을 이룬다.     


“왜 아름다운 곡 중간에 무서운 부분을 넣었을까요?” 언젠가 내가 피아노 선생님한테 물었다.

“인생은 아름답지만 때때로 무섭기 때문이지.”(81쪽)     


동전에 실수가 벌어질 때마다 동전의 가치는 저절로 뛴다고 했다.

“왜 실수로 나온 것들이 더 가치가 있어요?”

“좋은 질문이다.” 아빠가 동전들을 내려놓고 나를 봤다. “1센트가 실수로 인해 40만 배나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뭘 알 수 있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실수가 늘 실수는 아니라는 거지.” 아빠가 말했다. “알고 보면 기회인데, 그 당시에는 그걸 못 보고 지나치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빠는 먼 곳을 응시했다.

“이를 테면, 이 나라에 온 것처럼 말이야.” 아빠는 고개를 저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아주 다를 줄 알았어.”(95쪽)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아빠의 머리에는 드문드문 새치가 보였다. 이마의 주름은 골짜기처럼 깊었다.

“그래도 왔을 거예요?” 내가 작게 물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도요?”

아빠가 고개를 들고 날 봤다.

“망설임 없이.” 아빠가 말했다. “웬지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특별한 동전이거든.” 아빠가 내 코를 톡 치며 말했다. “알지?”

나는 웃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아빠와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바로 그때, 굳게 마음먹었다. 우리가 끝내 1943년도 동전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다고.(물론 찾는다면야 좋겠지만.)(96쪽)     


“나는 거실과 침실이 따로 있는 집에 사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 루페가 고민 끝에 말했다.(102쪽)     

응원할게.

그 말 한마디에 발가락까지 따뜻해졌다.(150쪽)   

   

덜컥 겁이 났다. 내 글은 너무 적나라했다. 배꼽 같았다. 당장 옷자락을 끌어내려 덮고 싶었다....내 삶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나도 근질거리고 꿈틀거리는 느낌을 이겨 내야 했다.(263쪽)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존심처럼 쓸모없는 게 우리의 꿈을 빼앗게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행크가 말했다. 그게 내가 올해 깨달은 바예요. ” 행크가 날 가리켰다. “여기 아주 특별한 아이가 있잖아요. 이 아이를 생각해서 자존심은 버려요. 살다 보니까 운명을 바꿀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그리고 보세요. 그 기회가 눈앞에 있잖아요. 야오는 모텔을 팔고 싶어 안달이라고요.(311쪽)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일로 받아들이며 어려운 순간마다 뛰어난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아가 사랑스럽다. 모텔 인수자를 뽑는 글짓기 대회로 모텔을 얻지는 못했지만 다른 형태로 모텔 주인이 된 미아를 응원하게 된다. 


한편 같은 이민자라도 성공은 미아 같이 적극적이고 똑똑한 사람한테 찾아올 테니, 소심한 사람들의 이민 생활은 얼마나 더 힘들까... 소심한 사람들은 이민을 덜 가겠지...

소심하지 않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미아가 일을 벌릴 때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나 괜히 조마조마했다. 


중국에서 이민 온 작가가 실제 자신의 경험을 썼다고 한다. 프런트 데스크 일도 했다고. 하지만 작가가 모텔을 샀다는 이야기는 없는 걸 보니, 책에서나 이루어지는 판타지인가 보다. 

어쩜 다른 이민자는 그만큼 성공했을지도 모르니 판타지는 아닌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