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고싶지 않은 아이들_국립고궁박물관과 경복궁에서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조선의 왕 수업을 하기가 좋다. 왕에 관한 유물들이 많고 왕의 집인 궁궐, 경복궁도 바로 옆에 있다.
왕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일찍부터 부모 곁을 떠나 동궁에서 지내야 하고, 공부량도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어린 아이에게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 신하들이 계속 어려운 질문을 하기도 한다. 얼마나 힘들까, 한창 놀 나이에 놀기는커녕, 지켜야 할 것이 그렇게 많다니. 왕이 되기 전 수없이 받은 많은 교육의 효과가 있으면 훌륭한 왕이 될 것이고, 공부하는 척 딴 생각을 하고 왕이 됐다면 독재자 스타일의 왕이 될 것이다.
왕이 되고 난 뒤에도 계속 공부를 한다. 업무량이 장난이 아니다. 사생활도 없다. 합방을 해도 왕의 안전을 위해 궁녀들이 돌아가며 왕 곁을 지킨다. 심지어 왕의 건강을 위해서라며 왕이 똥 누는 것도 지켜본다. 아이들에게 어의가 임금의 똥을 맛본다는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이 웩웩 한다.
“너희들 아기 때 다 잊어버렸구나. 너희가 똥 싸면 엄마가 우리 애기 건강한가, 아닌가 똥을 살폈다구. 사랑스런 자기 자녀인데 똥 냄새가 났겠어. 건강한 똥을 누면 기뻤겠지. 어의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임금님이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왕이 되고 싶은 사람.”
수업 중에 물었는데 아무도 없다.
“어, 너희 왕 되고 싶지 않아?”
“에이, 힘들어서 싫어요.”
아이들이 바뀌었다. 왕도 싫단다. 예전에는 이런 질문에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왕이 될래요.”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면 “왕이 얼마나 하는 일이 많고 힘든데, 왕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조선은 정도전이 처음 세울 때 신하의 나라라고 했다.” 며 왕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해 주곤 했다.
지금은 왕이 되고 싶지 않다는 아이들에게 왕이 되면 좋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어도 시큰둥하다. 어, 이녀석들이 왕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힘들다는 것을 안 거지? 무언가를 책임지고 조직을 이끄는 것이 힘든 줄을 안 것이겠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최고 권력의 왕이지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은 왕도 있었으리라.
꿈도 유행이 있다. 최근에 등장한 꿈. 연예인을 제치고 나타난 유투버. (인기 많고 돈 잘 버는) 유투버. 괄호 안의 말이 생략된. 아이들은 어떻게 꿈을 정한 걸까?
수업하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와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제 꿈은 공무원이에요.”
“되게 구체적인데. 확정한 거야?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
“뭐, 그냥요...”
꿈을 이야기할 때는 눈이 반짝거려야 하는데... 초등학생의 꿈이라기엔 마음이 짠했다. 그 꿈이 자기 자신이 찾은 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 꿈도 나쁘지는 않은데, 벌써 정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찾아도 되고. 저절로 꿈이 찾아오기도 하거든. 꿈을 정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해.”
“너는 꿈이 뭐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대답에 따라서 뒤따르는 말이 있다.
“꿈이 왜 그렇게 작아. 크게 가져야지.”
정말 꿈이 작으면 안 되는 걸까? 꿈이 크다, 작다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건가? 그렇게 말하는 어른은 어릴 때, 그렇게 큰 꿈을 가졌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이루었나.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은지 내가 뭘 잘 하는지도 모르는데,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될 거냐, 무엇이 되고 싶냐, 꿈이 뭐냐 이런 질문들을 받고 답도 못하고 우물쭈물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꿈이 뭐냐고 물을 때는 아주 조심스럽다.
꿈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하나의 단어에 뜻이 3가지나 있다. 1번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빼도록 하겠다.
꿈에 대해서 말할 때 꿈을 크게 가져라 하면서도 헛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한다. 2번과 3번이 합쳐져 있다. 한 단어에 다른 의미의 뜻이 같이 있다. 공통점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꿈은 이루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쉬운 방법이 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너무 높이 잡지 않으면 된다. 또 꿈이 무엇보다는 어떤에 더 초점이 맞춰줘 있으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면 내가 과학자가 되든 의사가 되든 공무원이 되든 다 꿈을 이룬 것이다. 꿈을 이룬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 행복해진다.
꿈은 어디에서 생겨날까? 자기 욕구와 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해야 비로소 꿈이 된다. 부모의 꿈이 자녀와 일치했을 때는 둘 다 행복할 것이다. 근데 부모가 자녀의 꿈을 정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어른이 됐다고 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가? 자기도 잘 모르는 부모가 자녀의 꿈을 정할 수 있나?
꿈의 주인은 아이여야 한다. 본인이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물을 때 어른은 꿈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꿈을 찾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 해보고 실패하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해보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정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그럴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꿈이 뭐냐고 함부로 묻는 것은 실례다. 미안한 일이다. 아이들이 자기의 꿈을 찾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걸 아는 어른만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을 권리를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