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뭘 한 건지....불면의 밤
씁쓸하다는 것은 2
삶 자체가 홀로 여행하는 것만 같다.
특히 잠 못 드는 밤에는 더 철저히 견뎌야만 한다.
누가 도와줄 수도 뺏을 수도 없는 시간.
옆에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외롭기는 마찬가지.
사람은 늘 그렇게 외롭다는 타이틀을 끼고 산다.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코를 드르렁 거리며 잠든 밤이면
불면의 밤, 고독이 진해진다.
밤이 되면 정신이 또렷해지고 날이 새야 잠이 들던 때,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저 잠을 훔칠 수만 있다면,
어떡하든 훔쳐서 내 꿈속으로 달아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졸릴 때까지 핸드폰을 붙잡고 있거나 책을 읽는다.
왜 늘 내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들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오는 것인가.
내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저들은 내게 없는 꿀잠의 축복을 누린단 말인가.
괜스레 내 대신 잘 자고 있는 그들이 부럽다.
이내 얄미워진다.
잠이 안 올 때는 왜 이리 부스럭거리게 되는지 소리에 더 예민해진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그때마다 침대가 삐거덕거리고 그 소리에 눈을 뜬다.
잠이 오려는가 싶더니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잠귀는 왜 이리 또 밝은 것인가.
마치 장님이 청각이나 후각의 기능이 발달하듯
어둠 속에서의 나는 거의 초인 수준으로 소리에 집착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엔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잠이 안 오니 걱정거리가 하나 둘 비집고 모여든다.
생각을 안 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돌고 돈다.
낮에는 생각도 못 했던 것들이 밤이 되자 내 머릿속으로 돈 받으러 오는 빚쟁이처럼 찾아와 나를 마구 괴롭힌다.
여태 살면서 한 번도 기억 못 했던 것들까지 세세하게 기억을 더듬으며 영화를 찍듯이 머릿속은 필름이 돌아간다.
난 그만 보고 싶다고 가슴을 치지만.
어쩔 때는 가슴 아픈 일들이,
또 어쩔 때는 후회가 밀려와서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억울했지만 풀지 못했던 일들이 떠오를 때면 가슴을 치며 울기까지 한다.
물론 즐겁고 재밌었던 것들이 떠오르면 어둠 속에서 '하하'웃기도 한다.
정말 연극배우가 따로 없다.
울다가 웃다가 화도 냈다가.
벽 보고 말도 한다.
독무대가 따로 없다.
단 다른 점은 조명을 받지 못하고 관객 없이
어둠 속에서 혼자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
밤새 이렇게 쉬지 않고 어둠 속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김없이 새벽이 온다.
이상하게도 날이 새면 기다리던 그분이 오신다.
그러면 지친 내 영혼은 어디 오지게 한 대 맞고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
때가 되면 올 것이 온다는 것은 이럴 때 하는 말인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