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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Nov 05. 2024

달콤 살벌 수능 전 이벤트

달콤한 코코아를 살벌한 분위기에 끼얹기!

 결전의 순간, 수능이 코앞이다. 많은 표현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긴장과 불안을 끌어안고 마지막 남은 길을 걷고 있다. 조금만 건드려도 훅 기울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큰 짐을 짊어진 아이들...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쉬는 시간에 한 녀석이 찾아왔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겠노라 자신 있게 선포하며 3월부터 열심히 달려온 학생이다. 1교시, 2교시 모의고사를 수능 시간대별로 풀고는 채점 결과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무거운 마음을 끌고 왔다. 그래, 그동안 꿋꿋하게 잘 견뎌왔다. 수도 없이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왔을 텐데 한 번쯤은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다. 토닥토닥.


 D-데이로 카운트 다운하기에 너무 가벼워진 시간 앞에 아이들 점점 쪼그라든다. 안 그런 것 같지만 표현하지 않을 뿐 당연다. 내가 그랬다. 심하게 앓았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호들갑스럽게 격려하며 불안을 휘젓기보다 그냥  옆에서 같이 걷는 것. 손내밀면 잡아주고, 토닥여주고 지켜봐 주는 것. 함께 일찍 등교하여 마지막 한 주를 으샤으싸해주는 것. 그것밖에 떠오르는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마지막 남은 한 주의 긴장 완화를 위해 할로윈 이벤트를 기획했다. 개인적으로  맥락 없이 열광하는 할로윈 축제는 별로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는 아쉽. 핫초코는 긴장과 스트레스 완화, 그리고 면역력 증강에 좋다더라. 이름하여 달콤 살벌한 수능 전 이벤트!

 이벤트 광고를 보더니 우리 반 젊은 피들이 눈치를 보며 목소리다. 


"선생님, 핫초코 말고 아이스... 초코는 안 되나요? 뜨거운 거 먹으면 노긋노긋 졸 거 같아요."


 오잉? 니들은 역시 젊구나. 그래도 속이 냉해져서 배탈 나면 어쩌나 고민이 되'핫초코 손! 아이스 손!' 수요 조사를 하니 아이스 번쩍번쩍 손을 들며 만장일치 대동단결이다. 끓어오르는 청춘들을 위해 주말에 코코아를 타서 냉장보관, 얼음까지 준비하여 배달 대령했다. 생색을 듬뿍 더했다.


"이거 엄청 비싼 코코아야. 무가당에 우유랑 믹서기에 갈아서 준비한 정성까지!(남편이 옆에서 주력으로 도와줌) 오늘 아이스 코코아 테스트 날이야. 혹시라도 마시고 이상 있으면 말해."


 노심초사하는 의 걱정을 뒤로하고 8시 전부터 교실에 와 앉아있던 녀석들이 배급소(?) 앞으로 줄을 선다. 아이스를 덜어줄 비닐장갑을 가지러 잠깐 교무실에 갔다 왔더니 벌써 홀짝홀짝 마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금세 동이 났다. 얼음을 우두둑 깨먹는 녀석, 튼튼한 치아와 냉기를 밀어낼 만큼 활활 타오르는 속이 부럽구나. 맛있게 마셔주니 고맙다. 공급된 당이 뇌로 돌진해서 학습의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주길. 결전의 날까지 그렇게... 파이팅!



   <두둥! 첫날의 결과>

 - [이벤트 1 통과자] 6명 (남은 코코아 시음자 제외)

 - [이벤트 2 통과자] 1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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