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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Aug 13. 2024

봄날 햇살 같은 너에게

내 동생 안나에게 을 전합니다.




엄마가,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아니, 엄마가 죽었는데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상례 치르는 동안은 바빴고

덩그러니 남겨지고 나서는 서글펐다.


편찮은 아부지가 우리 곁에 남았다.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썽그런 집에서 엄마 유품을 정리했다. 온기 없는 부엌에서 고등어 한 마리 굽고 미역국을 끓였다.


"아부지. 병원에 가야 해요. 밥 한 그릇 잡숫고. 가입시더."


아부지. 경상도  안에서는 제일 시설 좋은 병원이에요.

얼른 나아서 집에 오셔야지요.

토요일에는 꼭 꼭 올게요.


엄마 입관 할 때, "자네. 잘 가게. 고생 많았네."

눈물 없이 딱 한마디 하셨던 아버지는 새로 길이 난 요양병원을 들어서며 물기 어린 소리를 냈다.


"이제... 여가 내 죽을 자리가?"


아부지 그런 거 아니야.

죽기는 왜 죽어.

엄마도 가고 아부지마저 가면 삼 남매 이제 고아야.

우리는 열심히 살 거야.

그러니 아부지도 잘 살아.

매일 운동하고 차려 주는 밥 잘 자시고.

주말에 자식들 오면 꽃처럼 웃어 주시고.


철썩 같이 약속하고 돌아섰건만, 쓰나미처럼 밀려든 코로나19.

세상 유례없는 전염병에 서로 그저 잘 살고 있기만을 바랬다.


살다 살다 그렇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상봉도 처음이었다. 대면이 안되니 유리창으로 얼굴만 겨우 봤다. 손 한번 잡을 수 없다. 차가운 유리에 손자국 내어 겹쳐 올렸다. 주말엔  너도 나도 돌아가며 눈물바람을 때려 맞았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요양병원 외부 주차장 앞에서 너를 보았다.

나는 입구에서 너는 출구 앞 서 있었다.

우두커니 서서 땡고함을 치듯 목청 높여 외쳤다.


안나야, 잘 있지?”

“응. 잘 있어. 언니는?


너무 멀구나. 멀어 잘 안 들린다 싶었다.

그런데, 그렇다 하기엔 그 목소리. 너무 쳐져 있다.


가슴 한편이 계속 저릿저릿했다. 종종 꺼져 있는 전화기, 노란색 숫자 1이 또렷하게 남은 메시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한숨.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마스크 두 개를 겹쳐 쓰고 성큼성큼 너에게로 갔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이내 눈물을 터트리며 아이처럼 울던 너를, 그 멀고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은 2019년 4월. 

 마음밭이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픔에 속울음 우는 동생에게 언니가 보낸 편지입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불안과 우울이 조금은 옅어질 때쯤 비로소 엄마 잃은 슬픔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그렇게 한 자 두 자 써 내려간 언니 마음입니다.


으레 전하는 ‘좋은 날씨’와 ‘안녕’이라는 인사는 접어두

살아생전 엄마가 전한 ‘연이씨 철학’이 바탕된

힘나는 말로, 때론 뼈 때리는 입말로 썼습니다.


지난 6년.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딘 우리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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