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
“사람 도리(道理) 알고, 일리(一理) 있게, 의리(義理) 지키면 사람답게 사는 거다.”
한국 전쟁 이후, 지독한 가난으로 공부는 고사하고 입에 풀칠 겨우 하고 살았단다. 손곱게 평생 일만 한 엄마지만 이토록 멋진 인생철학을 지니고 사셨다.
나는 이를 "연이씨의 인생철학 삼리(三理)"라 이름 지었다.
그 철학이 삶의 기본 방향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실천한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와 같다.
슬픔 나누는 흉사(凶事)에는 몸부조 해야 한다.
그 걸음 언젠가 내 슬픔 속 큰 위로로 돌아온다. 썰렁한 빈소에 사람 온기만큼 큰 위로는 없다. 그저 사람 도리다.
세상 혼자 사는 거 아니다. 독불·독단하다 보면 외로워진다. 발 나가기 전에, 말 나가 전에 잠시 생각해야 한다. 입장도 바꿔본다. 세상 온갖 이치 속 절대적인 건 결코 없다. 좋은 날 있으면 힘든 날도 온다. 지금 누리는 게 영원할 거라 생각 말아야 한다. 고백 한번 못해보고 끝나는 짝사랑 같이 혼자 상처받게 된다. 세상 속 공감과 유연한 마음으로 얻는 이로움이 좋은 인연을 지어 줄 것이다. 일리 있게 사는 방법이다.
사람 간 믿음을 저버리는 ‘배신’이 가장 비참하다. 사람이라면 지켜줘야 할 믿음의 도리. 바로 의리다.
엄마는 예의를 기본으로 사람 도리만 지키고 살아도 큰 손해는 안 보고 살 수 있다 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인사부터 한다. 인사가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7년 전, 처음 강사로 무대에 설 때도 손발 모으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것부터 배웠다.
얼마 전 회사 사무실 맞은편에 새로운 부서가 들어왔다. 일면식 있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낯선 이가 더 많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같이 써야 한다. 복도를 오가며 눈만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한다. 부쩍 늘어난 외국인에게도 "굿모닝" 한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기분 나쁠 일도 아니고
힘 부치는 일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잘 몰라도 더러 그렇게 기억하곤 한다.
"아.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인사 잘하는 그분이요."
직집적인 업무 담당자가 아니어도 안면은 트게 된다. 자연스레 주고받는 말 한마디와 인사가 쌓여 협업이 이루어지더라. 사람 관계는 일부로 의도하고 작정해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긴 어렵더라.
엄마 철학 지키며 반 백 정도 살다 보니, 세상 이치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