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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 Oct 25. 2023

거 나이 많은 그 분, 있잖아요?

저도 낼모레 오십입니다만...


선배가 있다는 게 참 고맙고 든든할 때가 있다.


맑눈광 천둥벌거숭이 시절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

내게도 그런 선배가 넷 있다.


제일 대빵 선배는 5년 전에 그 다음 이인자 선배는 2년 전에

마지막 제일 무서웠던 선배는 6년 전 퇴사하고

선배 동기였던 선배 MJ만 남았다.


브런치 첫 글이기도 했던 밥벌이의 고단함을 '할 일 하고, 할 말 하는' 걸로 함께 치워가고 있다.

고단하기 그지없던 지난 월요일이었다.






가끔,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전화로 멱살잡이 하는 이가 가끔 있다.

바쁜 오전 시간 지나갈 때쯤 전화 한 통이 왔다.

선배 전화였는데 당겨받기 했다. 현장인 듯하다. 주변 소음에 전화 건 이는 목소리 높여 소리치듯 말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대신 받았습..."

"거 아까 통화한 그분 좀 바꿔 주세요."


한방에 쨉이 훅~ 들어온다.

"회의 중이라, 전화 대신 받았습니다."

"네 알겠고 아까 통화한 사람 좀 바꿔 주세요."


저... 아니라고요...


"누굴 찾으시는 건지요?"

갑자기 급발진한 목소리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거 나이 많은 그분. 그 여자분 있잖아요. 나이 많은 그..."


씅내면 지는 거다.

먼저 씅내고 버럭 하는 순간, 나도 그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다.


마음속으로 얼마나 정신무장을 시켰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정신무장은 생면부지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강의로 길러진 내공인 듯하다.


침 한번 꿀꺽 삼키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이 많은 분. 누구 말씀이실까요.

저도 낼 모레 오십입니다만..."


그렇다. 아직 그 정돈 아니다.

하지만 이미 '나이 많은 그분'에 대해 거론된 마당에 내 나이 몇 살 빼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주 짧은 시간 침묵 후 목소리가 무척 정중해졌다.


"아이고, 이거 미안합니다. 그렇게 나이 들었는지 몰랐어요. 내 연배구만요. 들어오면 무대뽀 김씨 한테 전화 왔었다고 전해 주세요."

그렇다. 무대뽀 김씨. 두 번째 더 큰 쨉을 날린 그에게, 내가 붙인 이름이다.


나이 들었으면 미안하고 덜 들었는데 행동을 꼬집으면 "새파랗게 젊은게"가 된다.

그 게한테 꼬집히면 어른 자존심 많이 아프다.


물론 모두 다 그렇진 않다.

대부분 정중하게 묻고 연락을 부탁한다.  

이런 의도치 않은 이벤트는 가끔 아주 가끔.

직장생활 지겹지 말라고 터트려주는 스팟 같다.




한 시간 뒤 선배가 자리로 돌아왔다.

무대뽀 김씨에 대한 이야기를 쫑알쫑알 일렀다.

전형적인 ISFJ인 수호천사형 그녀. 완전 쿨하게 말한다.


"크크크. 둘 다 할 말 했네."


상대가 나이 든 여자분 하면,

"넵. 반백살 앞둔 '나이 든' 입니닷." 하란다.

그리곤, " 니나 내나. 이젠 말 놔도 되제."

티키타카를 제안하는 대인배 내공. 난, 아직 멀었구나.


진짜,

멋짐 터짐 이 여자. 어쩌면 좋을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흰 티에 리바이스 청바지 어울리는 남자면 된다는데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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