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동 Sep 24. 2023

이래서 '시그니처'구나

제발 없어지지 마세요


울 동네 자주 가는 작은 카페가 있다.

주인 혼자 사부작사부작 꽤 오래 했다.

어떤 날은 굳게 문이 잠겨 있고, 또 어떤 날은 개미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을 날궂이를 해도 반짝 불이 켜져 있다.


커피에 진심인 이 마음.

근처 사는 어른댁 갔다가 참새 방앗간처럼 들려 본다.

내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모든 커피 메뉴는 선망의 대상이다.


얼마 전부터 등장한 가게 시그니처 메뉴

블랙 오로라


나만큼 커피엔 진심인 주인장이 개발한 메뉴란다.

종종 굳게 닫힌 문 안쪽에선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 한창이었단다.


달달한 시럽이 바닥을 다지고

진한 샷의 커피 추출액이 올라선다.

세상 부드러운 크림이 포근하게 덮이면 커피 한잔에 작은 우주 생긴다.

다양한 행성만큼 흑백 조화를 이룬다.

빨대는 필요 없다. 휘휘 젓는 순간 혼돈의 카오스가 되니까.


왜 이렇게 맛있누.


아인슈페너와 바닐라라떼의 중간 정도지만 '어느 커피와 같다'라고 단정 하기엔 개성이 참 뚜렷하다.


여느 가게를 가도 걸어 놓은 시그니처 메뉴에 큰 감흥 없었다.  "여긴 뭐가 맛있어요?"라고 묻고 "아메리카노 주세요"라 다. 익숙함은 실패가 없다.


오늘의 이토록 푸른 하늘과,

부드러운 크림과 커피의 조화를 기억할지니.

한 주 뒤에 보름 뒤에 한 달 뒤에 그러다 성탄절 즈음 가더라도 이 '블랙오로라'는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사도 접고 수백 번 커피를 내리고 부드러운 크림을 만들어 냈을 그 정성이, 오래오래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소상공인 파이팅! 청년 창업자 파이팅!

블랙 오로라여. 영원하라.


작가의 이전글 하는 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