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호의

by 앨리스킴


지하철을 타고,

모니터를 보다가 낯익은 장면을 발견했다.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이벤트 영상이었다.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비슷한 무대와 규칙으로,

사람들이 실제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괜히 반가웠고, 조금은 뿌듯해졌다.


“여긴 한국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딸이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젊은 사람들 중에는

한국말 몇 마디 할 줄 아는 걸 은근히

자랑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어디를 가든 “코리아?”라는 말이 먼저 나왔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말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발음으로 돌아왔다.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한국 식품 코너가 눈에 띄었다.

라면 진열대는 우리 동네 마트보다

종류가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낯선 나라 한가운데서 한글 포장을 마주칠 때마다

이게 뭐라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말레이시아 항공을 타고 이동하던 날에는

기내에서 익숙한 한국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KL에서는,

우리는 늘 가방 속에

오징어 게임 초대 카드 모양의 카드와

공기놀이 세트를 넣어 다녔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으면

답례처럼 하나씩 건네기 위해서였다.


관광지에서 사진을 정성껏 찍어 주던 젊은 커플,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 주던 히잡 쓴 여성들,

모스크 앞에서 웃으며 다가와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셔터를 눌러 주던 학생들.


공기놀이 세트를 건네면

대부분 깜짝 놀라며 고마워했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이었다.


어느 카페에서

공기놀이를 보여 달라고 해서 잠깐 해 보였더니

그중 한 명이 불쑥 말했다.


“대박!”


서툰 발음이었지만 정확했다.

그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고,

우리는 어느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식당에서, 가게에서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응대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메뉴를 한 번 더 설명해 주거나,

괜히 웃음을 하나 더 얹어 주는 식의 호의.


그 호의가 나 개인에게 향한 것인지,

‘한국’이라는 이름을 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이곳이 조금 더 편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엔

고마운 마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말과 태도를 더 살피게 됐다.



외국에 나오면

사람은 개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나라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사람’으로 여러 번 불리며

나는 그 사실을 자주 떠올렸다.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받는 호의는

분명 따뜻했지만,

그만큼 나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를

조금 더 의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