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의 비주류에 속한다는 것
우리는 기업을 크게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분류합니다. 누구나 대기업이 가장 크고 건실하며 중견기업은 그보다 작고, 중소기업은 더 작다는 사실은 알고 있죠. 그런데 중소기업은 정확히 어떤 기업을 의미하는 걸까요?
중소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1. 매출액
- 주 업종별 평균 매출액 또는 연간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하
- 업종별로 매출액 기준은 다르며, 매출액에 따라 중기업과 소기업으로 나뉨
-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 별표 1, 3 참고
2. 자산총액
- 자산총액 5천억 원 미만
3. 독립성
-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인 법인이 30% 이상 출자한 기업이 아닐 것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그냥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매출액이나 자산총액이 일정 기준 이하면서 경영의 독립성을 갖춘 곳, 정도로만 이해하고 지나가시면 충분합니다. 그럼, 몇 가지 중소기업을 예를 들어볼까요?
1. 컬리
마켓 컬리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컬리는 쿠팡, SSG닷컴에 이어 업계 3위를 달리는 유명 기업입니다. 사원수도 400명 가까운 수준에 매출액은 1조 가까운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2020년 기준). 그런데도, 아직 중소기업입니다.
2. 데브시스터즈
쿠키런이라는 게임, 한 번쯤 해보시지 않았나요? 적어도 어떤 게임인지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이라는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회사입니다. 쿠키런은 국내 주요 앱 마켓에서 1위에 등극하는가 하면, 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1~2위를 다툰 적이 있을 정도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제패했죠. 이는 매출액 700억 원을 달성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도 아직 중소기업에 속합니다.
3. 코레일로지스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른 회사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께 생소할 코레일로지스라는 기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9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이자 공공기관입니다. 철도나 화물 자동차를 활용한 운송업을 주로 담당하며, 직원 수 800명 이상의 큰 규모를 자랑하죠. 이곳 역시 중소기업입니다,
위 예시들을 통해 저는 생각보다 중소기업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기업이나 공공기관 중에서도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 중 중소기업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2021년 10월에 발표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중소기업의 비율은 99.9%입니다.
원형 도표로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 틈, 즉 0.1%를 제외하고는 전부 중소기업입니다. 저는 처음 이 자료를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다들 대기업 좋다, 노력하면 갈 수 있다는 말은 해주었어도 중견/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1000배나 많은 현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귀띔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그 0.1%인 중견/대기업의 평균 고용자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종사자 비율로 보면 중소기업의 비율은 꽤 줄어듭니다. 전체 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의 비율은 약 83.1%로, 중견/대기업 종사자분들의 수보다 약 5배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 수치까지 알고 나니 더 의문이 듭니다. 왜 우리는 고작 17%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대기업이 정답인 것처럼 살아왔던 걸까요? 대기업을 정답처럼 여기는 세상에서 나머지 83%는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저는 그 83%에 속하는 분들이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아직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다 깨지는 못했지만, 저의 글과 경험이 편견의 거미줄을 걷어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