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천사’ 딸은 특수학교에서 물리치료. 언어치료를 받는다. 그 외에 6개월에 한 번 Spzialpädiatrisches Zentrum(스페지알 패디아트리쉐스 젠트룸)에서 발달 검사를 받는다. 사회 소아 의학 센터다. 발달 지연, 신경학적 문제 등을 가진 아동, 청소년을 위한 물리치료, 심리치료, 작업 치료등을 진료해 주는 기관이다. 진료 때마다 다르다. 저번 진료 때에는 언어 발달 검사를 받았었고, 소근육 검사도 받았었다. 이번에는 물리치료 진료였다. 까치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지, 똑바로 걸을 때 아치가 무너지는지, 점프는 잘되는지 등 여러 검사가 이루어졌다. ‘다운천사’는 근육 긴장이 낮아 인대가 유연한 경우가 많다. 교정해주지 않으면 발의 아치가 무너져 평발이 되기 쉽다.
딸에게 어려서부터 발목까지 올라오고, 발바닥도 교정이 되는 단단한 신발을 신겼었다. 여름에 땀이 나도 샌들을 신길 수 없었다. 그런 노력에도 딸은 아치가 무너졌다. 선생님은 발목도 아프겠지만 무릎에도 무리가 될 수 있다며 보조 신발 제작을 위해 딸의 발 모양을 본떴다. 근육에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Trunhalle
(투른할레) 어린이용 체육관에 다니길 권했다. 체육관에서 해주는 건 균형 잡기, 구르기, 뛰기, 기어가기, 던지기, 잡기 같은 기초운동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균형보드, 미끄럼틀, 장애물 코스 등으로 대근육 활동도 이루어진다. 발달 지연 다운천사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만 3세부터 어린이용 체육관에 보낸다. 두 아들 역시 어린 시절 어린이용 체육관을 다녔다. 워낙 체육관이 많았기에 쉽게 등록할 수 있었다. ‘다운천사’는 달랐다. 지도해 줄 전문 선생님이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생각보다 전문직에 있는 선생님은 많지 않았다. 수영을 가르치려 알아봤을 때도 어려웠다. ‘다운천사’를 지도해 줄 전문 선생님은 한정되어 있고 대기자 명단에 겨우 딸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다. 자리만 나면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는 체육을 지도해 줄 전문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던 중 ‘다운증후군’ 협회 대표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 체육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역시 대기자 명단이 길었다. 기다리는 동안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10개월 전 딸을 가르쳤던 발레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발레를 그만두고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다운천사 딸을 받아준 발레 선생님은 느린 딸을 배려하며 잘 이끌어 주었다. 선생님과의 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지만 딸에게 맞는 반을 찾지 못해서 그만두었다. 딸은 자신보다 3세 어린 반에서 발레를 시작했었다. 어린 반이다 보니 1년 내내 같은 동작을 배웠다. 흥미를 일어 가는 딸을 위해 반을 바꿔 주고 싶었지만 또래 반은 다운천사가 따라가기 버거웠다. 10개월 전 딸은 발레를 배우며 까치발로 걸을 수 있었고 균형감각도 생겼었다. 이번에는 그룹 수업이 아닌 1대 1일 발레 수업을 부탁했고 선생님은 흔쾌히 받아주었다.
다운천사를 위해 매번 정기적으로 검사를 쫓아다닌다. 그곳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게 되고 도움 되는 걸 해주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본다. 일반적인 두 아들은 프로그램도 다양했고 등록이 쉬웠는데. 다운천사는 언제나 알아봐야 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건 다반사다. 대기하는 동안 발달 지연이 있는 천사가 더 더디게 클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선배 다운천사 엄마들에게 정보를 얻어 딸을 위한 다음 계획을 세운다. 승마를 태웠다는 경험담, 음악에 맞춰 춤을 배우는 곳을 보냈었던 경험담 등을 토대로 오늘도 인터넷 이곳저곳을 찾는다. 아마 두 아들에게도 이렇게 열심히 해줬더라면 더 똑똑하고 좋은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두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딸을 향한 애틋함이 뒤엉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