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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Dec 28. 2022

12월의 마무리는 오십견으로

이년 전 오십견으로 호되게 고생한 적이 있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아픔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소파에 기대앉아야 그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삼 남매 등원, 등교를 위해서는 운전을 해야 했다.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 떨렸다. 오십견이 있는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하면 몸서리 쳐지게 아팠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통증을 참아냈다. 설거지, 빨래, 청소 이 모든 일이 버거웠다. 남편이 함께 해줬지만 일하러 나가는 남편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팔을 떼내고 싶었다. 아픈 기억에 다신 재발하지 않기를 바랐건만 재발이라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미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재발된 오십견의 통증은 몇 배나 더했다. 전에는 바늘로 콕콕 쑤시는 아픔이었다면 이번에는 못으로 쿡쿡 후비는 아픔이다.


12월 연말이라 병원 가기도 쉽지 않다.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내년으로 넘어간다. 그동안 진통, 소염제로 버틴다. 누워서 편하게 잘 수 없으니 피곤이 쌓여만 간다. 오십견을 위한 팔 운동을 해보지만 ‘악’ 소리와 함께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사실 요즘 아픈 몸뿐  아니라 마음도 힘들다. ADHD성향을 보이는 둘째로 학교에 불려 가길 여러 차례. 집중을 하지 못해 학업이 부진하다며 자주 지적받는다. 유급을 하던지 전학을 가야 한다는 권유도 받았다.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의 의견차이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이끌어 가야 하는 담임선생님이 아닌가?’ 그런데. 책임을 회피하며 전학을 가라니. 가슴언저리가 아프다.


더 이상 이 학교에 둘째를 머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전학을 신청했지만 교육청에서 거절당했다. 독일은 전학을 교육청에서 관할한다. 전학도 마음대로 못 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외국인이라 차별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1월에 교장을 만나기로 했다. 교장마저 전학을 권한다면 그때에는 독일 사람들이 흔히 하듯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 여러 생각이 든다.


2022년을 맞이하며 코로나에 걸리고 대상포진에 이석증으로 시작했었다. 12월의 마무리는 오십견으로도 부족해서 둘째 담임으로 인한 마음까지 너덜너덜하다니.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2023년으로 넘어가야 하는 마음이 싫다. 돌덩어리를 이고 2023년을 맞이하지 않기를. 오십견이라도 2022년에 두고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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