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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Byun May 22. 2023

욕망배틀 A

A.


엄마는 돌아보지 않았어


나의 엄마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이었어.

자식 대신 목숨을 내놓으라면 망설임 없이 그러리라는 믿음을 주는 유일한 사람


엄마는 뭐랄까,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로 살아왔던 사처럼 였어. 엄마가 아니었던 시절의 엄마를 상상해 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자식에 대한 애착은 무엇보다 강했.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내고야 말겠다는 사명 말이야.


소꿉놀이를 하던 시절 '인공'역할을 하라고 했고, 학교 들어가 늘 들보다 먼저 '손'들어 했어. 물론 공부잘해야 하는 건 갖추어야  첫 번째 덕목이었.

수줍음 많고 어리숙하고 공부머리도 없는 나로서는 그 모든 게 어려운 미션이었어.


돈, 시간, 관심.

많은 걸 쏟아붓는 엄마의 희생을 알 있었어.

하지만 잘해 보려고 해도 늘 잘못는 것 같은 싫었어. 그 시절 열두 살 남짓 어린아이 삶은 고 넘야 하는 서바이벌이었 그럴 때마다 맛보는 배감 릎은 휘청거렸.


내겐 한 살 터울의 언니가 있었어.

언닌 나와 다른 사람이었지. 엄마의 삶에 대한 전투사 기질을 물려받았다고나 할까.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하면 늘 이기고 오는 사람.

 내게 어려운 많은 것들이 에겐 쉬웠어. 엄마에게 언니가 있어  다행이.


그 시기를 떠올리다 보면 유난히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 학교의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던 학부모 공개수업 날-

갈색 웨이브의 곡선을 따라 한 올 한 올 윤이 나는 단발머리. 엄마의 하얀 목덜미를 빛내 주는 영롱한 진주목걸이 늘씬한 라인을 따라 흐르는 타이트한 실크 스커트와 가느다란 스틸레토힐까지.

엄마는 가히 독보적이었어. 특히 턱끝을 살짝 들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는 누구든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었지. 엄마가 들어서자 선생님을 포함한 교실의 모든 눈이 한 곳에 모아지는 걸  똑똑히  수 있었어. 그리고 언제나처럼 엄마 주변으로 둥그런 무리가 형성되곤 했.


'니들, 다 봤지? 우리 엄마야.'


교실의 먼지 한 톨 만도 못한 존재감의 는 그때만큼은 어깨가 으쓱해지는 날이었어. 교실로 들어온 엄마를 확인하고 수업이 끝나면 엄마에게 달려리라 다짐했지. 선생님의 마무리 인사멘트가 나오며 <어머니 은혜>를  합창할 무렵, 다시 한번 뒤를 슬쩍 돌아봤어. 근 엄마 보이지 않는 거야. 

가슴이 쿵 내려앉으려 찰나, 언니 수업이 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지. 쉬는 시간 종울리자마자 위층언니의 교실로 뛰어 올라갔어.

복도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지만  사이에서도 처럼 밝은 엄마얼굴은 한눈에 들어왔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발견한 날 아침처럼 가슴이 뛰었어. 엄마는 뭐가 재밌는지 엄마를 에워싼 사람들과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어.


역시 언니...!

장이었던 언니가 보나 마나 수업 분위기를 주도했을 거든. 교실의 지박령처럼 우두커니 앉아던 나 다른 존재였으니까. 어찌 됐든 행이었어.

엄마 무리의 사람들은 이제 어디론가로 걸어가려는 참으로 보어. 그 모습을 놓칠까 봐 청껏 불렀어.


"엄마!"


엄만 돌아보지 않았어.

다시 한번 더 크게 불렀어


"엄 마!!!"


들은 건지 여전히 돌아보지 어. 는 시간이 곧 끝나갈 텐데... 마음이 초조했지.

 마침 무리에 있던 한 아머니와 눈이 마주쳤어.  무어라 말을 전하는 것 같았지만 엄만 제대로 아듣지 못했는지 총총총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어.


어느새 수업시작종이  복도는 순식간에 고요해져 있었. 이 끝난 후 불 꺼진 객석에나가야 할 타이밍을 놓친 관객처럼 혼자 우두커니 있었어. 나는 수업에 늦었단 이유로 교실 뒤편에  서 있어야 했.


엄만 날,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왔어.


"엄마가 늦었네,  많이 기다?"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사 들고 와 식탁 위에 주히 풀어놓며 말했어.


"어서  앉아. 언닌 아직 안 왔지?"


엄만 아직도 신나 보였어.

상기된 표정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순하게 내려간 눈꼬리는 평소엔 좀처럼 볼 수 없는 얼굴이었어. 뱃속 가득 포만감에 공격본능이 소거된 육식동물의 표정이랄까. 달아 이 나 그만, 해선 안 될 질문을 고 말았지.


"근데, 엄마 아까 학교에서 나 못 봤어?"


"응? 봤지. 너희반 교실에 갔었잖아."


엄만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쪽은 보지도 않고 대답했어.


"아니 아니. 그때 말고. 언니네 반 복도에서 나 엄마 불렀었는데... 못 들었어?"


"엄마 보려고 언니네 반 앞 갔었단 말. 어휴 몇 번을 불렀는데... 도가 너무 시끄러워가지."


내 말을 못 알아들은 건지 엄마는 감자튀김 포장지를 벗겨 접시에 옮겨 담고 케첩을 찾느라 분주했지. 엄마는 대답을 기다리며 바라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제야 나를 힐끗 봤어.


"평소에도 수업시간에 말이 그렇게 없니?"


엄마의 시선이 서늘해졌어.


"............"


"수업 내용을 알아듣기는 하는 거야?"


".........."


.... 가 왜 갑자기 엉뚱한 데로 튀는 .


그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


"엄마아! 나 배고파!"


구세주, 언니였어.

나이스타이밍!!


"아이고 우리 큰 딸! 배고프지? 손 씻고 어서  앉아!"


언닌 엄마에게 가방과 옷을 어주며 말했어.


"햄버거 사 왔지? 빅맥으로 치즈 두장? 셑트맞지?"


언니의 등장으로 식탁엔 다시 활기가 넘쳤어.


언닌 씻지도 않은 손으로 감자튀김 한주먹 입에 털어 넣다가 맞은편의 나와 눈이 마주쳤.


"야, 넌 벙어리냐? 엄마가 속이 터져 못 보고 있겠다더라. 우리 교실 앞 복도에선 그렇게 목청 터져라 엄마를 러대더니. 팔리게 수업시간엔 말도 못 해?"


...... 뭐?


"...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아. 어서 알지. 복도가 아주 쩌렁쩌 니 목소린 거 모르겠냐? 다 큰 게 엄마 뒤나 졸졸 쫓아다니고. "


뭐? 가 부르는 소리... 고?

언니 옆에 있던 엄마를 슬쩍 쳐다봤어.

... 표정한 얼굴로 언니의 빅맥을 사등분으로 먹기 좋 쪼개고 있더라고.


그때 첨으로 생각했 것 같.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그 이후 나의 의구심은 조금씩 커져 갔지.

그렇지만 어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물어보 못했어.


가 그때의 엄마나이가 됐을 때, 내 아이가 그때의 나 정도을 때, 그제야 어 두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꺼내 보였어. 찮은 우리 관계망치는 걸까 내가 나쁜 딸이 되 건 아닐까, 죄책감과 걱정 고민하고 망설였지. 하지만,  필요는 없었어.

엄만... 기억 하더라고.

'얜 유난스레 별 걸 다 기억한다'면서.


들렸는데 들리지 않았다고 말한 그날처럼 난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믿는 게  걸까?

만약 마가 미안하다고 다면. 그랬다면 난 엄말 용서할 수 있었을.


모르겠어.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건,

엄마가 되고 보니 알겠는 거야.

내게 늘 죄책감을 불러일으킨 엄마의 헌신.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 아래 내밀한 곳에 숨겨져 있었던 . 모성도 희생슷한 뭣도 아닌 .


엄마자신 욕망이 차고 넘치도록 들어 었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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