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1일의 꿈
흙먼지 밖에 보이지 않는 황무지에 어린아이 세 명이 맨발로 서서 처음 보는 말랑 말랑한 물체에 시선을 집중한다. 파란, 보라, 초록 3색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알록달록한 색들에 매료된 반짝이는 검정색 동공은 은하수보다 깊고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아이들을 매료시킨 너무 여리고 얇은 막으로 감싸져 있는 정체불명의 액체 주머니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계속해서 증폭시킨다. 손안에 쏙 들어가는 동그란 물체를 손에 쥐고선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귀여운 동그란 뒤통수에서 그들의 귀여운 호기심이 느껴진다.
그런 귀여운 뒤통수와 다르게 안타까울 정도로 뼈만 남은 앙상한 손가락과 툭 튀어나온 척추뼈가 그들의 영양상태를 의심하게 만든다. 마치 해골을 보고 있는 듯한 그들의 마른 몸에 자리 잡은 갈비뼈는 부러질 듯 위태롭게 휘어 있다. 어른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고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남자아이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조심스럽게 추측하기 시작한다. 푸른색 혈관이 비쳐 보일 정도로 피부가 흰 인간들이 가끔씩 건네주던 알록달록이는 입앗에 사르르 녹았었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건 대추인 줄 알았는데 대추랑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맛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한다.
말랑 말랑한 액체주머니를 입으로 가져가고, 두 아이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순식간에 입에서 터진 액체들은 그 양이 작은 아이의 입이 감당하긴엔 어마어마한 양으로 저도 모르게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토끼를 참지 못하고 게워내기 시작한다.
하얀 토사물이 아이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하고, 깜짝 놀란 두 아이는 어른들에게 달려간다.
아프리카일까? 꿈속 배경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굶주린 아이들의 가냘픈 손가락과 그 고사리 손에 쥐어져 있던 캡슐 세제는 생생하다. 흙먼지밖에 없는 세상에 대조되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호기심 어리던 눈빛은 영락없는 어린아이인데, 세 어린아이의 몸은 아이 답지 않게 해골이 연상될 정도로 깡 말라 있어 뼈 마디가 도드라져있었다.
지속된 굶주림에 지쳐 오색빛깔 캡슐 세제를 음식으로 착각하고 입속으로 넣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곧바로 분수처럼 나오던 뿜어 나오던 하얀색 토사물과 그 반동으로 마른 몸이 휘청 거리던 장면은 아이의 생명이 걱정될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캡슐 세제의 위력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겠지만 꿈속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아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에겐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마땅한 연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맹하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곧 있음 모두가 사랑을 나누고 축복을 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고, 이미 거리는 불빛으로 반짝거리고 있다. 곧 어김없이 들려오는 구세군 종소리와 불우이웃 돕기를 위한 빨간 모금함이 부활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단 한 명이라도 불행한 어린이가 없길 바라며 따뜻한 손길을 건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