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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베러 Oct 28. 2024

무해한 사람, 무해력

"당신은 저를 왜 좋아해요?"

"... 무해해서요. 무해한 사람이라서 좋아요."


예전부터 내가 정말 좋아했던 말이다. 

무해하다. 해로움이 없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

어떤 부분 때문에 당신을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얘기하기 힘들었다.

그냥 당신이라는 사람이 좋았고 함께 나누는 연대감이 좋았다.

살면서 이런 연대감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단어이자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무해함을 뽑았다.

이성적 사랑과는 결이 다른 연대감에서 우러나는 사랑이랄까.

미성숙한 우리들은 찰나의 순간들을 착각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연대감은 매 순간 진심이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도 주목한 키워드 : 무해력

작아서 무해하다.

귀여워서 무해하다.

서툴러서 무해하다.


당신은 내게 정말 작아서 무해했고,

귀여운 면모가 많아서 무해했고

서툰 행동들도 무해했다.


누군가는 그 행동들이 쓰레기 같고 파렴치하다고 했는데

나는 서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우리의 연대감 속에 피어난 인류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애.

서로에 대한 인간애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 했던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내게 너 너무 순진하고 관대한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테지만.

나라는 사람이 정의한 그의 서툰 행동은 무해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사실은 이따금 그립다.

비슷한 마음으로 함께 연대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친구들에게 얘기했다. 이런 연대감을 또 느낄 수 있을까 하고.

느슨한 연대감으로 서로에게 남자고 얘기했는데 

빈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여전히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나도 당신에게 여전히, 앞으로도 무해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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