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삿날
이삿날.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비를 정산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0동 000호 맞으세요?"
"네"
"에고 그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다음에 이사 오는 집이 더 고생이겠죠 " 웃으며 답했다.
몇 년 동안 사신 거냐?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냐?
관리사무소에서 그 유명한 아줌마네 위층이었냐면서 여러 종류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아 주셨다.
관리실에서 인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 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온 다음날.
밑에 층에 살고 계신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며칠 전부터 너무 시끄러워서 지낼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왠지 모를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아, 이웃이 별로구나...'
좀 전에 친구들이 놀러 와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했다.
나의 진심에 아줌마는 며칠 전부터를 덧붙이셨다.
자신의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올라온 거라는 이야기였는데...
"저, 어제 이사 왔는데요"
라는 나의 대답은 듣지 않으셨다. 그때 알았다. 그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몇 달이 지났을까? 관리사무소에서 아저씨들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밑에 층 작은방 천장 벽지가 살짝 들떴는데 우리 집에서 물이 새는것 같으니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들이 새지 않는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셨지만, 매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는 통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집주인과 통화를 하고, 작은 방바닥 배관 있는 쪽 콘크리트를 부시고 배관에서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드렸다.
그리고 한마디 사과 없이 사라지셨다.
그 이후로 한동안 조용하셨다.
밑층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유명인사였다.
미용실에서 파마하고 다음날 맘에 안 든다고 파마 한 돈 다시 받아간 이야기,
인테리어 맘에 안 든다고 공사 다시 한 이야기,
택배 관련해서 앞집과 싸운 이야기.
주차 때문에 이웃과 다툰 이야기,
백화점에서 옷 사고 몇 주 뒤에 가서 다시 환불받아오는 이야기, 등등
밑에 층 아주머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그 이후로도 끝도 없이 들려왔다.
내가 겪은 이야기까지 보태지 않아도 이미 동네에서 유명인사였다.
늦은 밤. 주차를 하고 집에 올라가는 길에
아줌마를 보았다.
맥주 한 캔을 손에 잡고 계셨는데,
홀로 어두운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유독 처량하게 보였다.
이 동네에 무척이나 오래 사셨다고 하는데...
친한 분은 계신 걸까?
투닥거리셨던 대화의 방법이 아주머니에게 소통이었을까?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사 며칠 전 밤에 너무 시끄럽다고 찾아오셨다
아줌마~~~~~~~~~~~,
우리 이사가요~~~~~~~~~~~
속이 후렸했다.
살던 집에는 어떤 분이 이사 오게 될까?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큰일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