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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Mar 18. 2022

"아줌마! 우리 이사 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삿날


이삿날.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비를 정산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

"0동 000호 맞으세요?"

"네"


"에고 그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다음에 이사 오는 집이 더 고생이겠죠 " 웃으며 답했다.


몇 년 동안 사신 거냐?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냐? 

관리사무소에서 그 유명한 아줌마네 위층이었냐면서 여러 종류의 눈빛으로 날 바라보아 주셨다. 

관리실에서 인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 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온 다음날.

밑에 층에 살고 계신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며칠 전부터 너무 시끄러워서 지낼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왠지 모를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아, 이웃이 별로구나...'


좀 전에 친구들이 놀러 와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선 진심으로 사과했다. 

나의 진심에 아줌마는 며칠 전부터를 덧붙이셨다. 

자신의 얼마나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는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올라온 거라는 이야기였는데...

"저, 어제 이사 왔는데요"

라는 나의 대답은 듣지 않으셨다. 그때 알았다. 그냥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하는 분이라는 사실을...


몇 달이 지났을까? 관리사무소에서 아저씨들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밑에 층 작은방 천장 벽지가 살짝 들떴는데 우리 집에서 물이 새는것 같으니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들이 새지 않는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셨지만, 매일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는 통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집주인과 통화를 하고, 작은 방바닥 배관 있는 쪽 콘크리트를 부시고 배관에서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드렸다. 

그리고 한마디 사과 없이 사라지셨다. 

그 이후로 한동안 조용하셨다. 


밑층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유명인사였다. 

미용실에서 파마하고 다음날 맘에 안 든다고 파마 한 돈 다시 받아간 이야기,

인테리어 맘에 안 든다고 공사 다시 한 이야기,

택배 관련해서 앞집과 싸운 이야기.

주차 때문에 이웃과 다툰 이야기, 

백화점에서 옷 사고 몇 주 뒤에 가서 다시 환불받아오는 이야기, 등등

밑에 층 아주머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그 이후로도 끝도 없이 들려왔다. 


내가 겪은 이야기까지 보태지 않아도 이미 동네에서 유명인사였다. 

늦은 밤. 주차를 하고 집에 올라가는 길에 

아줌마를 보았다. 

맥주 한 캔을 손에 잡고 계셨는데, 

홀로 어두운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유독 처량하게 보였다.


이 동네에 무척이나 오래 사셨다고 하는데...

친한 분은 계신 걸까? 

투닥거리셨던 대화의 방법이 아주머니에게 소통이었을까?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사 며칠 전 밤에 너무 시끄럽다고 찾아오셨다



아줌마~~~~~~~~~~~, 
우리 이사가요~~~~~~~~~~~
 


속이 후렸했다. 


살던 집에는 어떤 분이 이사 오게 될까?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큰일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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