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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pr 15. 2022

한샘 책장을 버리고
DIY 원목 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아줌마도 할 수 있다 : 목공 편 - 원목 책장 만들기  1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소소하게 필요한 아이 가구는 모두 한샘 샘 시리즈에서 선택했다. 지금은 중학생이 되어 걸걸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큰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집에는 한샘 가구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아이의 장난감을 빠르게 수납할 수 있는 한샘 샘 키즈 수납장. 

아이의 책을 반듯반듯 정리할 수 있는 한샘 샘 키즈 책장.

아이의 레고를 정리할 수 있는 한샘 샘 수납함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의자도 모두 한샘이었다. 



아이의 성장 속에는 한샘가구가 늘 함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엄마, 우리 진짜 이번에 책장은 버려요”     

우리 집 거실 한쪽에는 한샘 샘 키즈 5단 책장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아들이 돌이 지나면서 하나씩 구입한 책장은 5살 무렵 3개가 되었고,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온 가족의 책을 소중히 간직해 주었다. 


“진짜 이사갈 집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 같아서 그래요”     

수도관 누수로 인하여 3년을 지낸 지금 집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주인의 배려로 이사비를 받기로 하고 이사를 결정했다. 지금 사는 집에서 5분 거리에 곰팡이 없는 깨끗한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거실은 현저히 작아졌다. 내가 생각해도 5단 책장 3개를 이사할 집에 가져가는 건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 정리하자!”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정리할 책, 버릴 책, 나눔 할 책, 당근과 알라딘에 팔 책을 나누었다. 책장 속의 책들은 그렇게 조금씩 비워져 갔다. 책들을 비워내고 다니 아이들이 어릴 적 사인펜으로 그렸던 낙서, 포켓몬 스티커, 공주님 스티커가 책장 안쪽에 붙어있는 것이 드러났다.  


책장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아이들의 추억을 품고 있었다. 지워지지도 않는 사인펜으로 낙서를 했다고 짜증 냈던 내 모습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엄마에게 혼날까 두려워 오빠와 함께 거실 한쪽으로 도망가서 눈치를 살피던 딸의 모습을 책장 구석에 붙어있는 한 장의 스티커가 간직하고 있었다.  

    

한 칸 한 칸 책이 비워져 갈 때마다 책 뒤에 숨어 있던 책장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책이 전부 비워졌을 때는 더 이상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무료 나눔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책장을 누군가에게 주기는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사무소에서 사 온 재활용 스티커를 붙이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랑 오랜 시간 같이 했는데... 아쉽다”       

한샘 책장은 그렇게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감당해주었다.   




헤어짐의 아쉬움도 잠시 뿐. 남아 있는 책들을 수납할 책장은 필요했다. 아이들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모두 모두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딸아이는 깔끔하고 깨끗한 ‘데스커’ 브랜드가 맘에 든다 했다. 아들은 흰색보단 우드 색 책장이 이사 갈 집에 더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두 아이들 틈에서 난 당당히 말했다.      


“이사 갈 집의 새로운 책장은 내 맘대로 내가 산다.”     


아이들 앞에서 큰소리 빵빵치고, 모두 잠든 후에 책장을 검색했지만, "오~~ 예쁘다"와 "앗, 비싸네"라는 단어는 동일어로 사용될 만큼 눈에 들어오는 책장은 비쌌다. 다음, 네이버, 오늘의 집, 구글 등에서 ‘책장’이란 단어를 검색했다. 마우스에 있는 내 손은 우드톤의 낮은 3단 책장에서 멈췄다. 우드 무늬를 입힌 것이 아니라 진짜 원목으로 만든 책장이 화면상으로 훨씬 간지 나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어두운 색의 원목 책장에 시선이 쏠렸다. 핸드폰으로 캡처를 뜬 사진만 수십 장이 넘어갔다. 검색하면 할수록 '이번 생애는 원목 책장은 살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목 책장은 전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저렴하고 마음에 드는 책장을 겨우겨우 찾아 발견해도 내가 살고 있는 곳. 대전까지 지방 배송비를 더하고 나면 가격은  생각한 예산에서 벗어났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DIY 가구 제작을 위해 나무를 재단해 주는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목공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서는 좋은 원목으로 쉽게 누구나 책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정말? 내가?  누구나에 아줌마도 포함일까? 누구나에 전동드릴을 제대로 사용해 보지 않은 이른바 똥 손 도 가능한가? 누구나에 목공의 '목'자도 모르는 왕 초보도 가능한 일인가? 순간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지나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결심했다. 한번 해보자! 

내 마음에 드는 원목을 골라 나만의  DIY 책장을 만들어 보자!  

참고로 난 전동 드릴을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아줌마다. 결심을 하면서도 참 ~~ 걱정된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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