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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imi Nov 03. 2021

어디에 있을까

내 행복


청춘일 때는 청춘인 줄을 모른다고들 하던데, 나는 내가 청춘일 때 청춘인 줄을 알았다. 그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을 다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살면 후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갖고 싶은 행복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도 믿었다.


그러나 주어진 것에 그저 열심히만 했을 뿐, 내가 정말로 갖고 싶은 행복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인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볼 생각을 못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가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친정아버지께서 그러셨단다. 남들은 강남으로 가려고 난리인데 너희는 어째서 서울에서 더 멀어지는 거냐고. 그녀의 행복은 강남에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것이겠지. 자기 자신의 진짜 행복을 찾아 제주도로 내려간 거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나이 마흔을 앞두고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다, 내가.


또 다른 친구에게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더니, 일단 가방을 사란다. 작은 건 안되고 기본 500만원은 넘는 비싼 가방을 할부로 결제하란다. 그럼 카드값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될 거고, 가방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그냥 웃지요.

미안하지만 나는 500만원 짜리 가방을 보면서 삶의 위안은 커녕 소소한 즐거움 조차도 얻는 사람이 아니라서.


내 행복은 명품에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차나 좋은 집에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걸 몰라서 글을 쓰고 싶은 건가 보다, 내가.


그런데 마음이 텅 비어있으려니 글을 쓰는 것도 쉽지는 않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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