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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Aug 04. 2024

윌리엄 오르펜

여유로움 ,품격,빛나는 삶이란

여유로움이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삶의 여유는 무엇일까? 삶의 여유는 돈만 있으면 생기는 건가? 2008년, 나는 돈도 시간도 없는 독박육아의 워킹 맘이었다.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시작된 하루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석사 논문을 쓰고 119에 실려 가고서야 알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돈도 아닌 나만의 시간이었다. 결혼 생활 7년 만에 나는 번아웃 상태로 정신과를 다녀야만 했다. 병명은 가면 우울증이라고 했다. 박사과정을 시작해야 하는 압박감을 뒤로한 채 대학 강의도 운영하던 학원도 모두 그만두어야만 했다. 신이 나를 버리지 않으셨는지 남편의 유럽 발령으로 독일이라는 낯선 땅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공원을 지나 유치원 등원을 해야 하는 딸아이와 매일 산책 시간이 생겼다. 아이와 하교 후 여유롭게 동네 슈퍼에서 장을 봤다. 돌아오는 길에는 꽃집에 들러 계절 꽃을 한 다발 사 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매일 발을 동동거리며 시간을 나눠가며 했던 일들이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시간을 가졌다. 여유라는 선물은 달콤하기까지 했다.  

    

품격이란 나만의 취향을 갖는 것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그림 속 주인공은 외출하려는 듯하다. 손에는 챙이 있는 모자까지 들고 서 있다. 고급스러운 푸른색의 드레스와 단아하게 올린 갈색 머리는 품격이 느껴진다. 아치형 창문과 샹들리에 그리고 탁자 위의 꽃병까지 그녀의 취향을 듬뿍 담은 것 같다. 그녀가 창밖을 보며 걱정할 것은 얄궂은 영국 날씨뿐일 것만 같다.

     

내가 경험한 서양 여자들은 자기 삶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 소중하다는 말 안에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심고 좋아하는 향수를 사고 좋아하는 와인을 친구들에게 소개할 만큼의 여유랄까? 그녀들이 가끔 나를 초대 할 때면 내 취향을 물어봤던 것 같다. 무슨 차를 좋아하는지 와인의 취향, 좋아하는 꽃 종류 심지어 알레르기 여부도 물어보곤 했다. 낯선 문화가 당황스러웠지만 재미있었다. 취향을 물어본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소리일 테니까 말이다. 처음 보는 내게 아무도 아이와 남편이 있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에 관한 질문들은 받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내가 너무 많은 정보를 말하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건 나 나름의 생존 방법이었다. 나를 먼저 개방해야 그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을 빨리 없애고 잘 다가와 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들에게 배운 건 아마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삶의 품격은 우아함이 아닌 나를 잘 아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하게 된다.  

   

빛나는 삶이란 나답게 사는 것

30대에 떠난 한국을 50대가 가까워 돌아왔다. 낯선 땅 낯선 도시를 7번의 이사를 하며 인생에 많은 추억을 가지고 내가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곳으로 왔다. 한국은 내가 잠시 머물렀던 여유로운 해외 생활과는 달랐다. 빛의 속도로 트랜드가 바뀌고 하루종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한국으로 왔다는 걸 실감하며 살고 있다. 사회적 민감도와 불안이 가장 높은 나라 한국에서 나답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열심히, 성실히만 살면 되는 것일까?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는 건 너무 안쓰러운 삶인 것 같다. 서양인들로부터 내가 배운 건 자신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취향대로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나는 삶이란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 했다. 


윌리엄 오르펜,A window in London street,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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