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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yun Jun 09. 2024

독일편- 산책하는 사람들

독일 국민의 공통 취미는 산책


우리 가족은 딸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다시 미국에서 독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유치원을 졸업한 그곳에 다시 가게 되다니 그건 아이에게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익숙한 도시에 정착하게 된 건 나도 싫지만은 않았다. 단지 독일 시골 마을에 다시 살게 된 것 빼고는 말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은 나의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처음 살아 본 외국 도시였으니 얼마나 웃긴 에피소드가 한가득이였겠는가!

 

독일에서의 첫 도시 Trier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처음 이사 후 한국에 방문할 때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독일 어디 살아? 라고 질문을 하면 도시 이름 말고 트리어라는 도시 홍보대사라도 된 듯 긴 설명이 필요했다.

     

나는 트리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게 되면서 울 코코를 입양했다. 딸아이가 7년을 기다려 입양한 반려견이었다. 이사를 2년에 한 번 하다 보니 반려견을 입양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코코는 더 시골 출신이다. 대형 개를 주로 키우는 독일인들에게 소형 개 입양하는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찾아간 Plün 이란 동네는 정말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그곳은 비글과 푸들만 입양할 수 있는 공식 입양처라고나 할까? 우리의 가족이 된 코코 양은 그날 김코코가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이 녀석이 입양된 후 우리 가족의 공통 취미는 산책이 되었다. 물론 산책 마일리지 적립은 울 코코와 내가 제일 많았다. 독일 사람들에게는 개들을 하루에 두 번 산책해야 한다는 암묵적 법? 같은 게 있었다.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만 듣고도 나는 열심히 매일 두 번씩 동네 할머니들의 눈인사를 받으며 산책했다. 참고로 난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회적 민감도 끝판왕의 사람이다.     


이렇게 코코와 나의 산책의 원년은 2013년 가을이 되었었다. 울 김 코코의 생일은 2013년 6월 30일생이며 지금은 사람 나이로 70대인 우리 집에서 최고령이시다. 독일 태생이라 그런지 지금도 매일 산책을 거르지 않고 하셔야 하는 녀석이다.

    

독일인들은 산책 중독자들이다.     

내가 코코와 아침 산책을 할 때면 비슷한 시간에 오고 가며 만나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할머니들의 산책 또한 그들에게는 늘 하는 습관이었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 그리고 유모차를 타는 유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공원을 걷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해를 많이 가리는 큰 챙의 모자를 쓰거나 빨리 걷는 사람이 없다는 것 물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예외다.   

  

 딸아이가 한국에 와서 제일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해를 최대한 가리기 위해 눈만 빼꼼히 내놓고 하얀 장갑을 낀 산책로에서 만난 한국 아줌마들이었다. 아이는 신기한 그 광경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한다. 햇볕 알레르기가 많은 사람이 사는 나라 한국이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 성인이 된 딸아이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한국 여성이 좋아하는 피부색은 잡티 없는 백인에 가까운 하얗고 깨끗한 피부이고 그 투명한 잡티없는 피부를 위해 많은 돈을 쓴다는 것을 말이다.


독일의 공원이 한국과 또 다른 점은 사람들이 사는 거주 지역 가까운 곳에 숲과 공원이 많다는 것과 벤치와 테이블이 많다는 것 그리고 나무들의 키가 크고 숲이 우거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걷는 산책로가 조금만 달라져도 다른 풍경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바쁜 삶에 지쳐 도망치듯 떠나 처음 살게 된 낯선 땅 독일에서 나는 움직이는 명상이 산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걷고 또 걷는 일은 내 머릿속을 비우고 나를 살렸던 행위였다. 숲을 걸으며 만나는 숲의 동물들 숲의 공기 모두 나를 치유하기엔 충분한 것들이었다.


매일 걷는 일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다. 나의 삶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던 나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한 행위가 산책이었다.   

   

오늘 아침 나는 여전히 그때처럼 반려견과 산책을 한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바람의 소리가 명상 음악처럼 들리고 새소리는 여느 대중음악보다 훌륭하다. 독일인들에게서 배운 산책은 평생 나와 함께 할 취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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