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없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귀신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조상신도 없겠지. 나를 지켜 주는 상서로운 존재 말이다. 있으면 좋겠는데.
돌아가신 할머니한테 간절하게 기도를 한 적이 있다. 할머니, 별로 기억도 나지 않고 생전에 나를 각별히 예뻐하시지도 않았죠. 그렇다고 미워하는 것도 아니었을 테니까 할머니한테 빌자. 아빠의 어머니지만 엄마도 할머니가 좋은 분이었다고 했다.
할머니. 할머니는 좋은 분이니까 틀림없이 천국에 가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벌써 환생하셨을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라면, 나를 지켜보신다면, 그냥 보지만 말고 나를 좀 돌봐 주세요. 바르고 착하게 살았는데도 인생이 하자 투성이에요. 전 그릇이 종지만 해서 시련을 발판 삼아 성장할 인물도 못 돼요.
뭐든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대충 이런 식이었는데 정성이 부족했는지 대뜸 뭐 요구하는 게 싸가지가 없었는지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기도를 한건지 몰라도 당연히 씨알도 안 먹혔음. 또 그 시기엔 일이 하도 안 풀려서 맨날 하던 생각이 가로수 들이받고 죽을까였는데 가로수 비싸고 또 망가뜨리면 물어줘야 한대서 포기함.
남들은 다 어떻게 사는 건지 궁금하다. 다들 지가 제일 힘든 줄 알고 살겠지. 아니면 나만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불행해 하는 것일까.
사는 거 너무 삭막하다며 카이엔에 외롭게 혼자 앉아서 오열하고 싶다.
돈만 있으면 다냐며 샤넬백 팽개치고 펑펑 우는 그거 나도 해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