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시집: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으로 남고 싶어한다)
가을이 오면 편지를 쓰렵니다
가을이 오면 편지를 쓰렵니다
긴팔 셔츠를 껴 입을 때
그 짧은 어둠 같았던 유년의 나에게도
편지를 쓰렵니다
그립다고.
익어도 익어도 영원히
파란 사과로 남은 청춘의 꿈에게도
편지를 쓰렵니다
아직도 그 꿈은 파랗냐고.
비오는 거리에 날리는
낙엽처럼 슬펐던 날의 그 쓰리던
사랑의 기억들에게도
편지를 쓰렵니다
지금도 아파할 가슴이 남아 있느냐고.
그리고 가을이 오면
한 시인에게 편지를 쓰렵니다
사랑은, 사랑할수록 연습이 되어서
아프지 않는 거냐고.
가을이 오면
나에게도 편지를 쓰렵니다
사는 것은 절실하게 사랑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