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엔디 Nov 23. 2024

추락하기 전에

불안한 마음

  운전을 하면서 졸음이 쏟아집니다. '이 일을 어찌할 꼬?'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이 감깁니다. 차는 가고 있는데 눈은 이미 감겼고, 반정도의 의식이 살아있어 달리는 차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아~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을 떠야 하는데.....' 어둠 속에서 낭떠러지로 떨어지든지, 탈선을 해서 전봇대에 부딪히든지,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옵니다. 눈은 도저히 뜰 수 없을 정도로 무겁게 내리누르고, 의식 반, 무의식 반 상태로 차는 내달리고 있습니다.


  한 번은 구불거리는 산길 도로를 무섭게 내리 달리다가 회전구간에서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낭떠러지에 설치된 도로 난간을 향해 돌진합니다. 보통은 급 제동을 통해 아슬아슬하게 멈추거나 난간을 들이박고 멈추게 마련인데, 이번엔 난간을 뚫고 하늘 위로 날아갑니다.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어디 한 군데 의지할 데 없는 상태로 공중에서 추락하기 직전에 떠 있습니다.

  '꿈'은 여기서 끝이 납니다.


  요즘 들어 자주 꾸는 '꿈'입니다. 내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안'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눈을 뜨고 싶어도 한 없이 감겨버리는 연약함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습니다. 곧 마주할 '위험'에 대한 '공포'가 엄습을 합니다. 심리적 불안이 지속적인 악몽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퇴근하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휘리릭' 후진하는데 '쿵!', '뜨아아악!' 기둥을 박았습니다. 이런~ 각도 계산을 잘못했습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 좌측 후미등만 부서졌네요. ㅠㅠ 이건 꿈 아닙니다. ㅎㅎ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말라기 4장 2절)'


  우리말 성경은 '치료하는 광선'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어 성경에 보면 원문은 '翅膀(날개)'라고 되어 있다고 부연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NIV에도 wings(날개)로 되어 있는데 아마 히브리어 성경에 있는 단어는 날개라고 되어 있나 봅니다. 치료하는 광선 하면 좀 강렬한 느낌이 드는데, 말라기서 4장 1절의 심판이라는 내용과 대조적으로 2절에서 사용된 단어를 살펴보면 '공의로운(정의) 태양'이 나오고, 그 날개에 치료의 능력이 있다는 회화적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1절과 2절이 약간 댓구(對句)를 이루는 듯합니다. 그래서 중국어로 느껴지는 본문은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는 것과 같은 온유함이 더 많이 강조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송아지도 중국어성경에는 그냥 송아지가 아니라 '肥犢(포동포동 살진 송아지)'란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죽어가는 뭔가를 강력한 치료의 광선으로 고친다기보다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날개안에 품으시고 보호해 준다는 것을 묵상케 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월요일엔 카센터에 가서 부서진 후미등을 수리해야겠습니다. 깨어지고 불안한 마음도 함께 고치면서 주님의 날개안에 조금 숨어보고 싶습니다. 화요일엔 외양간에서 포동포동 살진 송아지처럼 뛰쳐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