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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Jan 22. 2022

21세기 귀족(빚으로 지은 집)

일찍 경고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챕터 6, 7을 통째로 건너뛰고 마지막 챕터 8을 선공개하는 바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다시 '경제위기'가 15년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눈을 뜬 그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21세기 귀족>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인데, 그 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부정의하고,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현대의 부동산제도로 21세기 귀족으로서의 삶을 누려온 자들의 '거품 파티'는 머잖아 수년 안에 끝난다.


그 파티장에서 사라진 거품은 피눈물이 대신할 것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라, 그리 머잖았다.




지금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실질 주택 가격과 그에 따른 모기지대출의 상승 관련 자료를 살펴보았다. 헌데이 둘이 낳는 미시적 결과 중 하나는 낮은 홈 에쿼티[1] 비율이다. '홈 에쿼티'란 '주택 자산에서 부동산 대출액을 뺀 자산'이다. 따라서 '홈 에쿼티 비율'이란 주택 자산에서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빚지지 않고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이 비율이 높다.많은 사람들이 자기 소유의 주택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주택은 결국 상승한 주택 가격 만큼 많은 “빚으로 지은 집”이다.[2]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의 한국판 표지(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열린책들, 2014.)

 

가난한 사람일 수록 모기지대출액이 높다. 모기지대출의 이용 증가는 주택소유율을 높이면서도 필수재인 주택에 대한 구매력와 수요를 높여 자연스레 실질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확실한 원인으로 작용한다.[3] 따라서 아직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후세대의 사람들은 훗날 주택을 구매하려면 그동안 높아진 주택 가격 때문에 더 큰 액수의 모기지대출을 받아야 한다.(이 모기지대출액의 역사적 증가에 관련한 자료는 앞서 Jordà et al, “Betting the House”, 2014, figure 1에서 확인하였다) 


또한 실제로 2008년 주택 버블의 붕괴 전까지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실질 주택 가격의 상승 속도는 그들의 실질 소득의 상승 속도보다 빨랐을 정도이다.[4] 현대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일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통화량이나 특정 계층에 대한 주택보조금 조달, 저금리대출, 금융지원, 주택 공급 등의 주장을 하는데, 이는 그들이 해결책을 찾는 데에 있어서 순수이론에 입각한 경제학적 접근으로도 충분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평범한 임금노동자는 평범한 임금 상승과 평범한 주택지원정책으로는, 평범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 구미권에서는 특히 런던이 그러하고, 아시아권에서는 특히 서울과 홍콩이 그러하다.


더불어 1970~80년대 이후 정부 차원의 모기지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MID. Mortgage Interest Deduction) 또한 그만큼 주택 가격으로 자본화되어 실질 주택 가격 및 토지 가격의 상승에 기여했다.[5] 특히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모기지대출에 대해 더욱 관대해진 세금 감면은 실질 주택 가격의 변동폭을 상승시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해왔다.[6]


 앞서 살펴보았듯이 모기지 이자 세제 혜택이 커진 만큼 주택의 금융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주택 수요와 은행의 모기지 공급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은 다시 오른다. 당연히 이는 다음 세대로 하여금 전보다 더욱 높아진 주택 가격을 감당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모기지대출의 증가와 세제 혜택은 언 발에 오줌누기, 임시변통이다. 


설령 실제로 혜택을 보았다고 할지라도 그 혜택만큼이나 아직 주택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 후세대 사람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택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주택소유율을 높여주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이는 후세대의 주택소유율을 미리 뺏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플라스틱을 오남용하여 후세대 인류에게 건강하지 못한 지구환경을 물려주는 것과 동일하다. 


단기간만 두고 보았을 때는 미국에선 1997~2005년 사이에 주택소유율은 65.7%에서 68.9%로 증가하긴 했으나,[7] 언젠가 필연적으로 붕괴하는 주택 버블은 그 높아진 주택소유율을 30~4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과거의 수준으로 퇴보하게 한다. 먼저 아래 자료를 보라.[8]


<1960년대~2010년대 미국의 주택소유율>


주택 버블 붕괴후의 미국의 2015년경 주택소유율은 1990년경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5년을 퇴보하는 쓰디쓴 결과를 맛본 것이다. 게다가 버블 붕괴 후 믿어왔던 주택가격도 평균 30% 하락했다.[9]


 일본의 사례도 그러하다. 1988년까진 주택소유율이 높아졌지만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비율은 급락하여 과거로 회기했다. 아래 자료를 보라.[10]


<1988년~2010년대 일본 주택 소유율>


더 나아가서, 그 후세대 사람들이 전 세대 사람들의 주택을 구매하려고 하면 그 시세차익 만큼 필연적으로 경제사회적 열위에 위치하게 된다. 이것이 올바른가? 이것이 근현대 부동산제도의 발전된 모습이란 말인가? 새로운 주택의 공급도 아일랜드와 스페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질 뿐이며[11] 효과 높고 일반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 누가 부동산 ‘투자’라고 주장할 지라도 그 자본 증가는, 사람의 생계유지에 꼭 필요하며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는 토지 총량의 일부를 독점한 덕분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백 번 양보하여 투자라고 인정할지라도, 정의로운 자본주의 사회를 해치는 불의한 투자다.


필자가 앞서 “게르만 왕국들이 세워질 때에 그들 대부분의 인구는 자유인이었지만, 로마의 건국과 마찬가지로 그들 왕국의 건국 시기부터 대토지소유제, 토지양극화의 씨앗은 심겨져 싹을 틔운 뒤였다. 따라서 곧 토지사유제로 인한 부동산양극화와 지주-非지주 계층 간의 경제사회적 종속관계는 예고된 셈이었다…. 예속민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예속의 운명이 주어져 있었다”라고 서술했던 부분을 기억하라. 


우리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부동산 양극화와 가난의 세습은 2천 년 전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결정적으로,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어리고 소득이 낮은 세대의 주택소유율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으며 따라서 이러한 모기지 이자 및 재산세에 대한 혜택을 제거하는 것이 되려 그들의 주택소유율을 다소간 늘려준다고 한다.[12]


혹자는 주택 소유의 차이에서 비롯된 21세기의 예속성에 대해 반박하며 ‘적어도 현대에는 임대인들에게 강제노역을 부과하지는 않으며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하니 문제 없다’라고 반박할 것이다. 허나 부동산 특히 토지는 현저한 희소성과 필수성을 가지고 있기에 언제나 지주가 우위에 있다. 또한 임대 생활을 하는 사람은 21세기 귀족들이 부동산을 독점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버블 가격을 포함하여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고대~중세시대의 강제 노동이나 현대의 그러한 주택 가격의 버블도 부동산 독점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색깔만 다를 뿐 동일한 양태다. 


단지 고대~중세의 지주가 직접적으로 부과하였던 강제 부역이, 현대에는 거품 가격이라는 색깔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또 다른 혹자가 반박하기를 ‘일시불로 매입하면 그러한 부역이 없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버블 가득한 주택이나 부동산을 일시불로 매입할 지라도, 21세기 지주귀족들의 부동산을 독점함으로 인해 발생한, 건물 가격을 훨씬 초과하는 토지의 버블 가격까지 포함하여 매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수십 년간 해야 할 강제 부역의 값어치를 모두 합한 가격으로 전환하여’ 일시불로 21세기 지주귀족에게 바치는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헨리 조지는 일찍이, 우리의 소중한 노동 가치의 증가는 지주들의 토지 가격과 그 지속적 상승에 대부분 잠식당하기 마련임을 간파하였다.


토지 가치의 증가는 언제나 노동의 가치를 희생시킴으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생산력이 증가한다고 해서 임금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생산력의 증가가 토지의 가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지대가 모든 이득을 흡수하므로 빈곤이 진보와 동반하게 된다.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홈 에쿼티 : 주택 자산에서 부동산 대출액을 뺀 자산. 따라서 홈 에쿼티 비율이란 주택 자산에서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 따라서 빚지지 않고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이 비율이 높다.

[2] 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빚으로 지은 집』(열린책들, 2014).

[3] Òscar Jordà, Schu Moritz larick, and Alan M. Taylor, “Betting the House”, NBER(2014).

[4] David Miles & Vladimir Pilonica, “Financial Innovation and European Housing and Mortgaging Markets”, Oxford Review of Economic Policy, Feb 2008, p. 10.

[5] Dennis R. Capozza, Richard K. Green, and Patric H. Hendershott, “Taxes and House Prices”, University of Michigan, 1998.

[6] Dan Andrews, (2010), “Real House Prices in OECD Countries: The Role of Demand Shocks and Structural and Policy Factors”,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831, OECD Publishing, Paris, pp. 7, 27.

[7] Robert Shiller/정준희 옮김, 『버블경제학』(랜덤하우스, 2009), 40쪽.

[8] TRADING ECONOMICS, 2021년 2월 13일 접속, https://ko.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home-ownership-rate.

[9] 정영식 외,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18), 35쪽.

[10] TRADING ECONOMICS, 2021년 2월 13일 접속, https://ko.tradingeconomics.com/japan/home-ownership-rate.

[11] Miles & Pilonca, 전게서, figure. 14.

[12] Steven C. Bourassa & Ming Yin, “Tax Deductions, Tax Credits and the Homeownership Rate of Young Urban Adults in the United States”, Urban Studies 4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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