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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Feb 06. 2022

21세기 귀족(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최근의 연구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다른 유럽국들과 명목 이자율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주택 (실질)가격의 붐이 유독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 이유로 6가지 요인을 꼽아 그 원인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1] 필자가 확신하건대 그 6요인 중 “금융 환경(financing conditions)”이 단연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영국 등과는 달리 이 세 국가의 부동산법제는 첫째로 무엇보다, 주택이 금융재로 기능하지 못하게 규제하며 둘째로, 모범적인 공공주택 제도와 주택임대차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2] 이는 해당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게르만적 토지사상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018년 기준으로 스위스의 주택보유율은 41.3%로서 독일의 51.4%보다 약 10% 낮으면서도 같은 시기 홍콩은 약 49.2%라는 것이다.[3] 허면 홍콩이 스위스보다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는 부동산법제가 있는 국가란 말인가? 게르만 토지사상에 준하는 모범적 토지사상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당연히 아니다. 


그 비결은 스위스는 독일처럼 주택 거품이 없었기에 임대나 공공 주택을 이용하는 데에 필요한 주거비가 낮아 국민들이 자가 주택을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토지법제사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옛날 위 세 국가가 모두 신성로마제국 즉 독일에 속했던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스위스는 1648년에 독립했으므로 꽤 오래되긴 했지만)


1648년, 스위스 독립 직후 유럽 지도(위키백과)


외람되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영국과 홍콩만큼이나 집값 거품이 극심한 국가 중에는, 21세기에 들어 자가보유율이 90%를 우습게 넘나드는 싱가포르가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바로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이 중심이 되어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간 공공주택임대제도를 반세기 이상, 아주 성공적으로 실천해온 덕분이다. 심지어 임대 기간도 99년으로써, 사실상 해당 주택을 소유한 것과 동일하다. 싱가포르 전 국민의 약 80%가 이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최초 분양가가 약 5700만원 정도인 공공주택이라고 믿겨지는가?(64만 싱가폴달러) 2009년에 완공된 싱가폴 '피나클앳덕스톤'(조선일보.)


본론의 방향상 깊이 있게 서술하진 않겠으나, 핵심은 매우 급속한 서구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래전 자신의 조상들로부터 내려온 자국의 전통적인 국토사상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공개념을 현대 사회에 맞게 색깔만 바꾸어 제도화하여 상당히 성공적으로 실현해왔던 것이다.[4] 반면에 사소유 주택 및 부동산은, 철저히 자본주의 체제에 속해 있는 재화로 취급되기 때문에 언급했듯이 결코 낮은 가격이 아니며 지난 오랜 기간 동안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고 대부분 과열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차 대전 이후의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을 제공하는 요소들 중에 부동산이란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 아래의 표는 Jordà 외 2인의 학자들이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를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recessions)’와 ‘일반적 경제위기(Normal recessions)’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초래한 버블 종류와의 관련성 수준을 구분하여 그 발생 빈도를 나타낸 도표이다. 버블의 종류는 주식버블, 주택버블 그리고 양자(兩者)에 해당하는 버블로써 3가지로 구분하였다.[5]


<경제위기의 종류에 따른 자산 가격 버블의 상대적 빈도Relative frequency of asset price bubbles by typel of recession>


일반적 경제위기는 2차 대전 이전에는 55개였고 그 중에 주택과 관련 있는 경제위기는 5개였다. 허나 2차 대전이후에는 65개 중에 11개가 해당되어 전자에 2배에 달했다. 반면에 금융위기는 2차 대전 이전까지 총 23개였고, 그 중 주택 시장의 버블과 관련 있는 4개였다. 허나 2차 대전 이후에는 총 23개 중 14개에 달하여 3배 이상의 빈도를 보인다. 즉, 현대사회에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 일반적 위기(Normal recession)의 범주에서든 금융위기(Financial crisis recession)의 범주에서든 부동산시장이 제공하는 원인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는 것은 결과가 나온다. 


다른 학자(Bordo and Jeanne)는 15개국의 경제 선진국에서 1970년~2001년 사이에, 주식시장의 거품은 24개의 사건이 있었고 그 붕괴는 3개(1988년 핀란드와 스페인, 1989년 일본)가 해당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19개의 사건이고 그 버블의 붕괴는 무려 10개(1973년과 1989년의 영국, 1973년과 1990년 일본, 1977년 네덜란드, 1981년 이탈리아, 1986년 덴마크, 1987년 노르웨이, 1989년 핀란드와 스웨덴)에 해당된다고 하였다.[6]


부동산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보장해주는 사상이 이성으로 자리 잡은 한, 동산에 적용되는 할 수요와 시장원리를 그대로 부동산에 적용하는 한, 모든 지대와 지가 상승분을 오롯이 지주가 독점하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유지되는 한, 부동산 과열과 버블로 인한 부동산양극화와 부동산발 경제위기의 도래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인류사에 여러 종류의 버블사건들이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18세기 미시시피 버블, 남해회사 버블,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버블 등 말이다. 그런데 이런 버블들 중에 부동산 관련 버블을 제외한 종류의 버블 사건은 경제사에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허나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1980년 이래 세계 곳곳에서 거의 10~20년 안팎으로 발생하는 버블경제 붕괴가 있었고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이 부동산 거품으로 촉발된 것이었다.


최신의 통계자료는 부동산 가격의 변화에 따라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는 국가의 수의 관계성을 명백히, 결정적으로 방증한다.[7]


녹색 : 연도별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은 국가의 수

실선 :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하여 GDP 가중치를 적용한 지수 즉, 글로벌 실질주택가격지수가 추세를 벗어나는 정도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Paul Hilbers, Alexander W. Hoffmaister, Angana Banerji, and Haiyan Shi, “House Price Development in Europe: A Comparsion”, IMP Working Papers, 2008.

[2] abid, p. 22~25.

[3] TRADING ECONOMICS, 2021년 2월 13일 접속, https://ko.tradingeconomics.com/.

[4] 보다 상세한 내용은 Seek Ngee Huat, Sing Tien Foo, and Yu shi Ming, Singarpore’s Real Estate: 50Years of Transformation, Wspc, 2016을 참조. 이 저술의 국내 번역서로는 『싱가포르의 기적』(차밍시티, 2019).

[5] Òscar JordàMoritz Schularick, Alan M. Taylor, "Leveraged Bubbles", 2015, table 3.

[6] Bordo and Jeanne, “Boom-Busts in Asset Prices Economic Instability, and Monetary Policy”, 2002.

[7] OECD(2017b), figure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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