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응애!”
까순이는 카시트가 싫다고 떼를 쓰고 있었다.
“안돼! 카시트에 앉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까순이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까순이에게 차를 타면 안전벨트 매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카시트에 앉기다. 부모 가슴에 안겨 있는 아이는 쿠션 역할을 할 수 있어 사고가 나면 자칫 치명적일 수 있었다.
“응애! 응애!”
“카시트에 앉아. 카시트에 앉고 안전벨트까지 해야 출발할 거야. 고집 피우지 마. 늦어도 괜찮으니까! 만약 늦게 도착하면 할머니에게 까순이가 카시트 안 한다고 떼써서 늦었다고 하면 돼!”
나는 차 시동을 아예 껐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모임에 조금 늦으면 어떠냐. 늦게 도착하면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내 체면쯤은 구겨져도 괜찮아. 까순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내 체면 때문에 또 까순이가 싫어한다고 한 번 두 번 안 하기 시작하면 더욱더 하기 싫다고 할 거야. 앞으로는 더욱 여유를 갖고 서둘러야겠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까순이는 울음을 그치고 있었다. 나는 까순이에게 고개를 돌려 “카시트에 앉을래? 아빠가 앉혀줄까?”라고 조금 전과 다르게 부드럽게 물어봤다. 싫다는 반응이 없어 나는 운전석에서 내려 차 뒷문을 열고 까순이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까순이는 순순히 내 팔에 안겼다. 나는 까순이를 바로 카시트에 안히는 것 대신 차 밖으로 완전히 빼서 가슴으로 꼭 안아줬다. 그리고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안전과 관련된 것은 어쩔 수 없어. 엄마 품에 안겨 가고 싶은 마음은 아빠도 이해하지만 차를 타면 모두가 안전벨트를 매야해. 안 하다 사고 나면 위험하니까. 하지만 너는 아직 스스로 안전벨트를 할 만큼 크지 못해 카시트를 해야 하는 거야. 처음에는 불편해도 습관 들면 괜찮아질 거야. 알았지?”
"..."
그렇게 차를 탈 때마다 몇 번 실랑이를 하고 나서 까순이는 차를 타면 카시트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까돌이와 까숙이도 차를 타면 응당 안전벨트 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지금은 안전벨트 안 하고 출발하면 “아빠 안전벨트 안 했어! 멈춰!”라고 말한다. 안전벨트 안 하면 불안하다고.
나는 아이 안전과 관련된 일은 절대로 예외도 두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영유아 시기 때부터 도와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카시트에 앉기, 안전벨트 매기, 자전거나 인라인 탈 때 안전모 등 보호장비 착용하기, 교통신호 준수하기, 횡단보도 건널 때나 주차장에서 뛰지 않기 등이다. 내가 영유아 시기부터 했다고 하니 너무 빠르지 않냐고 또 매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한 번 몸에 들인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전 좌석 안전띠나 만 6세 미만 영유아의 카시트 착용’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6세 미만 영유아만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나이가 아닌 신체 발육 상태가 되어야 한다.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말이다.
우리가 안전벨트를 매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충격을 받더라고 몸을 고정하기 위해서다. 몸이 고정돼야 2차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에어백으로부터 보호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벨트를 했을 때 몸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 보통 안전벨트가 어깨(쇠골)에서 대각선으로 엉치뼈 부위에 자연스럽게 걸치게 되면 몸이 잘 안 빠진다. 그래서 안전벨트만으로 아이 몸을 고정할 수 없을 때는 카시트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카시트가 아니더라도 안전벨트를 조절하거나 잡아주는 보조 장치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보조 장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보조 장치들은 휴대도 가능하다. 카시트가 없는 다른 차량을 이용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조 장치들은 영유아들에게 별 효과가 없다. 또 현행법상 카시트 대용품이 아니어서 보조 장치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법적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안전한지 당국에서 검증을 해 가이드를 줬으면 좋겠다. 무조건 카시트,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만 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안전 수칙도 좀 더 세심하게 알려 줬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영유아를 안고 탔을 때 안전띠 매는 방법이나 아이를 앞으로 보게 하는 것이 좋은지 뒤를 보게 하는 것이 좋은 지 말이다. 그리고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휴대용 안전 보조 장비 등도 실험을 통해 사용 가능한 것을 알려 줬으면 좋겠다. 만약 실험을 통해 카시트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대중교통에 카시트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아이가 안전과 관련된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수십 년 동안 살아오면서 몸에 뵌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차의 이동이 적은 한적한 도로에서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는 것도.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비교해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자동차나 자전거 속도가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도로는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 옛날 시골 논 밭으로 되어 있던 비포장 도로에서 넘어질 때보다 훨씬 더 심하게 다칠 수 있다.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몸도 한창때보다는 반사 신경도 늦고 근육량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예전 젊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행동해서는 안된다.
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손자, 손녀를 위해서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자라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 혹은 아빠 손을 잡고 무단 횡단하는 아이를 본다. 횡단보도까지 가기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버스가 와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모가 과연 아이에게 교통법규를 잘 지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또 아이는 약속이나 원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른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 중 가장 위험한 말은 “나는 괜찮아”와 “나랑은 괜찮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