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순이가 태어난 지 90일 정도 되었을 때에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아내와 나는 까순이를 장모님에게 맡기고 부산으로 여행 갈 계획을 세웠다. 결혼과 동시에 까순이를 임신해서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 갔을뿐더러 육아로 지친 아내에게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 더욱이 이제 곧 출산 휴가가 끝나면 다시 직장에 복직할 예정이어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당분간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KTX와 숙소를 예약하고 부산이 고향인 후배 부부와도 부산에서 만나기로 약속까지 잡았다. 개인적으로 부산은 처음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부산이 고향인 지인들에게 먹을 것과 가볼 곳을 추천받으며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까순이 몸에서 열이 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들은 크면서 다 열이 나게 마련이야. 서양에서는 열아 나면 해열제도 안 먹인데. 그냥 옷 만 벗기고 열을 시키고 열 떨어지면 집으로 돌려보낸데.”
예전에 지인들에게 들었던 얘기를 아내에게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까순이 예방 접종하는 동네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소아과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약과 해열제를 처방해 줬다. 하지만 약과 해열제를 먹이고 3~4일이 지났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검색 결과는 영유아가 열이 나는 것은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 나와 아내는 까순이를 데리고 종합 병원 응급실로 갔다.
종합 병원에서는 생후 6개월이 안된 영유아 몸에는 엄마 항체가 있어 웬만해선 열이 안 난다고 했다. 그래서 영유아가 며칠 동안 38도 이상 열이 난다는 것은 몸에 크게 이상이 생겨서 그럴 수 있다고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로 이 시기에 열이 나는 것은 요로감염, 패혈증, 세균성 뇌수막염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요로감염이 가장 많이 발생해 요로감염부터 검사해 보자고 했다.
요로감염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과 소변검사를 해야 했다. 성인 같으면 금방 끝날 검사 지만 100일도 안된 아이의 몸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소변을 받는 일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우선 혈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바늘을 혈관에 찔러야 한다. 예방 접종 맞을 때도 우는 아이에게 바늘을 찔러 혈액을 채취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수액을 통해 혈관을 확보한 다음 확보한 혈관을 통해 혈액을 채취한다. 하지만 아이의 혈관이 너무 좁아 한 번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응급실에서 혈액을 채취하고 수액을 놓는 일은 보통 저 연차 간호사가 하기 마련이다. 아빠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병원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좋은 환자인 것은 분명하다. 저 연차 간호사가 실습하기에 말이다.
약간 앳돼 보이는 간호사가 혈관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번 주사 바늘을 까순이 몸에 찔렀다. 까순이는 아파서 까순이 엄마는 안쓰러워서 울면서 저녁 응급실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베테랑 간호사가 나서서 까순이 발등에 수액을 달고 혈액을 채취했다.
다음은 소변 받는 일이다. 소변 훈련이 어느 정도 된 아이 같으면 화장실에 가서 "쉬~ 쉬~"하며 소변을 쉽게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말도 못 하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영유아에게 소변을 받기 위해서는 비닐 주머니를 채우고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더욱이 까순이는 여자 아이라 스티커로 고정을 해야 했다. 또 움직이면 쉽게 샐 수 있어 주기적으로 기저귀를 벗겨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비닐 주머니를 차고 30분 정도 있다 소변 받는 데 성공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검사 결과 요로감염이 확실하다고 해 다른 검사는 받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병실이 나와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로 올라갔다. 아내와 내가 부산으로 여행 가기로 한 날 새벽에 우리는 부산 대신 종합 병원 병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행 기간보다 하루나 이틀 더 병원에서 지냈다. 다행히 염증 수치가 떨어지면서 열도 함께 떨어져 황금연휴가 다 지나가기 전에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을 하면서 까순이 빼고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아이들 빼고 한 번도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참고로, 대한소아비뇨의학회에서 소개하는 요로감염과 소아 요로감염 원인을 소개한다.
요로 감염이란
요로(尿路)는 소변(요)이 생성되어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지나는 경로를 말하며, 신장 (콩팥), 신우, 요관, 방광, 요도를 가리킵니다. 요로감염은 이러한 요로에 세균이 감염된 것을 말하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감염으로 인한 염증반응으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소아 요로감염 원인
요로감염은 요로에 세균이 감염되어 발생하며 가장 흔한 요로감염의 원인균은 대장균입니다. 세균 감염이 방광에만 국한되는 경우를 방광염이라 하고, 세균이 방광으로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 신우와 신장에까지 감염되는 것을 신우신염이라고 합니다. 신장에까지 세균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면 전신적인 염증반응도 유발되어 고열,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로감염은 요로계통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으나, 요로계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요로의 어딘가가 막혀서 소변 흐름의 정체가 있거나 방광으로부터 요관과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할 경우 (방광요관 역류 질병정보 참고)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아에서의 요로감염 (특히 고열이 있는 요로감염인 신우신염)은 이러한 요로계의 이상이나 기형과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