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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입시의 개혁'이 아닌 '대학의 개혁'이어야 한다!

by 양심냉장고

'서울대 10개 만들기'란 무엇인가?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화제가 된 교육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이다. 비록 낙마하기는 했지만 교육부 장관으로 전 충남대 총장을 내정하기도 하면서 추진의지를 어느 정도 보여주기도 했다. 다음 교육부 장관으로 누구를 내정할 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정부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어느 정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경희대 사회학과 김종영 교수가 책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김 교수가 이 말을 사용한 이유는 사실 ‘대학통합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학통합네트워크’란 무엇인가? 김종영 교수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시스템(UC System)을 모델로 제안한다. UC버클리, UCLA, UC어바인 등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운영되며,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시스템을 본받자는 것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10개 대학의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를 지향한다.

사람들은 이런 정책을 제안하면, 서울대를 없애자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저항을 한다. 서울대와 같은 우수한 대학이 있어서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는데, 서울대를 해체하면 국가경쟁력의 약화는 물론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 모델을 적극 강조한다. 서울대의 지위나 예산을 유지하거나 늘려주면서, 더불어 지방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지위로 올리자는 것이다.


2) 지위권력 이상의 창조권력을 만드는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한다.

대한민국에서 명문대학 졸업장은 '권력'의 보증수표와 같은 것이다. 이는 대학이 학벌을 양산하는 수단이라는 말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평생의 권력과 부가 어느 정도 보장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명문대학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만들어지는 '서울대 10개'는 지위권력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는 창조권력의 연구중심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버클리,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칼텍과 같은 대학들은 지위권력 이상으로 창조권력을 잘 입증하는 대학이라고 한다.

이들 대학처럼 우리나라의 대학들도 미래의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적인 기관이 되어서, 대학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이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3)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서울대와 같은 수준 이상의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대 10개를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나 칼텍과 같은 대학도 예전에는 듣보잡 수준의 대학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예산지원의 결과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럼 과연 서울대 수준의 재정을 투여하면 대학의 지위와 수준이 실제로 올라가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방에 있지만 엄청난 재정을 투여하는 '포항공대'나 '카이스트', 그리고 그 외의 과기원을 보면 된다고 말한다.

대학의 수준은 고도 투여되는 예산의 수준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에도 서울대만큼의 예산을 지원하면 서울대 수준의 대학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예산도 우리나라의 재정 수준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에 약 3~4조 정도의 돈이면 된다는 것이다.


4) 일극 체제 안에서 아주 견고해진 병목현상을 해체하고 대학을 다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서울대, 아니 서울대 위의 의대부터 견고한 서열화를 이루고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최고의 대학은 최고의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그렇기에 엄청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목현상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병목현상은 왜 일어나는가? 그것은 단순하다. 최상위 대학이 모든 것을 독과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 독과점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시스템을 유지하는 하나의 고속도로만 가지고 매일 보수하고 정리하고 고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병목현상의 원인이 되는 독과점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의 고속도로를 아예 10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종을 정시로 다시 바꾸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수행평가 줄인다고 학생들의 고통이 완화되겠는가?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로 내놓는 모든 방안은 인서울로 집중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5) 대학의 이름은 '서울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상징자본인 서울대 학위의 양적완화를 목표로 한다. 그냥 쉽게 말하면 서울대 졸업장을 더 많이 주는 것이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독점을 깨뜨리자는 말이다. 서울대를 향한 열망을 식히기 위해서 서울대 졸업장을 좀 많이 늘려보자는 것이다.


6) 이렇게 하면, 당연히 기득권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최소화 전략을 통해 우선은 무조건 뭐라도 시작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은 당연히 자신들이 가진 독점적인 지위를 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하며 현재의 교육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다시 입시 제도를 수정하는 식의 근시안적인 대안은 더 이상 안된다는 절박함이 필자에게는 있다.

필자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식의 반대 논리로 지난 17년 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최소한 한 걸음만이라도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단은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매일 입시정책만 바꾸지 말고, 이런저런 예측되는 부작용에 좌지우지하지 말고 제발 일단 시작을 해보자는 것이다. 수많은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최소화 전략으로 일단은 뭐라도 시작해 보자는 간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예상되는 저항과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가장 큰 문제는 냉소주의다.

여기저기서 이 정책에 대해 한 마디씩 던지는 냉소적인 말투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되겠어? 이와 같은 냉소주의는 다시 이 정책이 시작되기도 전에 얼마나 어려움이 많을지 짐작케 한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정책이 남발되었어도 궁극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한 데서 오는 이런 냉소주의가 팽배하면 다시 정부 차원에서도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두 번째 저항은 아무래도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돈 문제만큼 큰 것은 없다. 이 돈이 10개의 대학에 다 몰리는 것을 반대하는 대학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얼마나 오랫동안 이 큰돈을 투자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사립대학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원해 주는 다양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그 돈을 하나의 대학에 더 투자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셋째는 결국 서열화는 사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서울대 10개를 만들면, 사람들은 자신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다른 대안을 찾을 거라는 말이다. 서울대 졸업장의 가치가 떨어지면 연고대와 같은 사립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려 새로운 기득권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래서 오히려 미국처럼 최고의 사립대학이 만들어지고 그 아래 주립대학과 같은 수준의 대학으로 다시 서열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넷째는 누가 텅 빈 지방으로 가겠느냐는 것이다.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만들어지고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결과물이 나오면,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느 세월에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비판이다. 그리고 서울대 같은 대학보다는 먼저 대기업과 공기업과 같은 확실한 일자리가 먼저 정착하고 정주환경이 탄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종 신도시나 혁신도시와 같은 문제가 재반복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어려움도 수시로 튀어나올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필자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쉽게 헤쳐나가기 어려운 난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무능하고 무관심한 교육관료와 교육을 경제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기획재정부, 단기적 관점에서 자기 자식의 입시에만 관심있는 중상층 학부모,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의 대학입시 체제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교육 세력의 저항은 어느 때보다 거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도전할만한 가치는 있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개혁은 대학의 개혁이 아니라 입시체제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책의 저자인 김종영 교수는 입시문제와 대학 개혁 문제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문제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동반하고 매우 단기적인 관점이 되기 쉬워서 장기적 관점을 요구하는 대학개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교육과 창의적인 교육을 하려고 해도, 의대와 스카이를 향한 부모들의 욕망은 학교 현장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많은 어려움과 저항이 있다고 해서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역대 최고의 사교육비, 해마다 증가하는 재수생의 비율, 내신 문제로 자퇴하는 학생들의 증가 등 오직 명문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치러야 하는 출혈경쟁이 너무 심하다. 인서울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돈은 물론, 인서울을 하고 나서 드는 비용은 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제대로 노후준비도 못하는 실정이다.


노후문제만이 아니다. 자녀교육에 드는 과도한 비용은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사회 시스템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는 말이다. 그래서 교육개혁은 국가의 운명이 달린 시급한 문제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는 입시가 아닌 대학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특정 대학의 독과점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데 이것은 그대로 두고 매일 입시 방식만 돌려 막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2026 대학입시에 끼치는 영향은?


올해 입시는 역대급으로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재학생의 수가 약 5만명 가까이 증가한다. 작년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늘어난 졸업생들이 올해까지 더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작년에 증가한 졸업생들로 인해 의대 진학이나 명문대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도 재수생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입시에서는 의대 증원 확대로 인해, 최상위권 대입에 많은 영향을 주면서 전체적으로 상향분위기가 강했다. 이로 인해 수시에서 6떨을 한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이 올해 재수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런 분위기로 전체적으로 올해 입시는 매우 조심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작년보다는 하향 안전 지원의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될 것이다.


하향 안전 지원의 경향 속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많은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이 국립대학에 안정지원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지방거점 국립대학의 인기가 그 어느 해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다. 또한 서울 중위권과 지방거점 국립대학에 중복 합격을 해도 이전에는 인서울로 가는 학생들이 더 많았겠지만, 올해는 지방거점 국립대에 남으려는 학생도 더 많아질 것이다.


단 조건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가시화될 때이다.


지방거점 국립대학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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