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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6. 2024

한국인은 왜 작은 얼굴에 그렇게 집착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4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99     


  서양인의 얼굴과 동양인의 얼굴은 분명히 다릅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죠. 단순히 인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동양인들 중에서도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얼굴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민감한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의 눈에도 쉽게 간파되는 사실입니다. 같은 동북아시아 사람이 아닌 동남아 사람과의 비교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참고로, 한국인의 얼굴형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얼굴은 북방계형 얼굴과 남방계형 얼굴을 가진 인구 비율이 반반이라고 합니다. 북방계 얼굴은 타원형으로 이마가 넓고 눈썹이 흐리며 눈과 입이 작은 편입니다. 남방계 얼굴은 역오각형에 이마가 좁고 눈썹이 진하며 눈이 큰 편입니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중간형은 내륙 지방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북방계 신석기 인과 남방계 아시아인이 수천 년간 유전적으로 섞이면서 현대의 한국인 얼굴형이 안착되었다고 보는데요. 한국인은 우:좌시야형 3:1의 남방계가 먼저 올라오고, 빙하기말부터 우:좌 시야형 1:3의 북방계가 내려와 크게 영향을 미쳐 현재는 남북방계 1:3으로 이미 치환기에 들어가 유전적으로 안정된 인구집단이라고 해당 연구에서는 결론짓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국인들이 보이는 외모적 특징에 대해, 눈이 매우 작고, 털이 없으며, 두상이 크고, 치아의 크기가 크다고 분석합니다. 치아 중에서도 당연히 가장 큰 어금니의 경우, 서양인들이 씹는 것에 익숙한 식생활을 가진 반면, 한국인들은 식생활의 특성상 음식물을 가는 기능이 중시되었기 때문에 턱과 광대뼈가 발달하게 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자아, 여기서 오늘의 주제가 등장합니다. 한국인의 두상이 원래 크다는 것은 앞서 살펴보았던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는데, 그래서일까요? 유독 현대 한국인들은 작은 얼굴이 아름답고 예쁜 얼굴이라고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작은 얼굴이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요?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팔등신’이라는 개념이 그것인데요. 흔히 미인(美人)을 묘사할 때 자주 사용되는 이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인간의 체형에서 신장(身長)과 머리 길이(머리끝에서 턱밑까지의 길이)의 비가 8대 1이 되는 것’을 뜻합니다. 신체의 밸런스를 측정할 때의 기준인 두신지수(頭身指數)의 하나로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일컬어집니다. 일컬어진다라, 도대체 언제부터 누가 왜 그렇게 일컬었다는 의미일까요?

  사실 팔등신에 대한 유래(?)에 해당하는 카논(canon; 미술에서의 이상적 인체의 비례, 본래는 ‘규범’, ‘기준’을 뜻하는 단어로 시대나 나라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단어의 의미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머리의 크기로 신체를 나누는 일괄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팔등신으로 사람의 신체를 먼저 나눈 후 그 중앙에 해당하는 샅에서 유두와 무릎의 위치에 해당하는 길이를 비율적으로 맞추는 것을 면밀히 따지는 것으로 미적 기준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정의대로라면, 이상적인 팔등신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머리가 작아서 전체 비율에서 나눠지는 사이즈를 작게 하거나 어마어마한 신장을 가지고 있어, 머리의 사이즈와 상관없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지요. 즉, 키가 작더라도 얼굴 크기가 작으면 비율계산에 유리하여 팔등신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미적 기준을 설파했던 서양인들 중에서도 팔등신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도대체 팔등신이 어디에서 등장한 것인지 다시 한번 되묻게 만듭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것은 미술계에서 인물화를 그리거나 조각상을 제작할 때 확산된 이상적인 신체비율, 즉, 가장 아름답게 느끼는 황금비율을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인류 평균을 따져보더라도 등신비율은 7.5등신이 대부분이고, 아쉽게도(?) 한국인은 평균 6.8등신이 절대다수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8등신은 고사하고 7등신이 되는 사람들도 적다는 의미죠.  

  현재의 포샵도 그렇지만, 인체의 비율을 팔등신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한 미술계의 노력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 노력은 특히 목과 다리에 집중되었는데요. 실제보다 다리나 목을 길게 그리거나 이 둘의 길이를 실제보다 조금씩 늘리는 것으로 머리가 차지하는 상대적인 길이의 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왜 그리 흔하지도 않은 팔등신에 집착해서 미적 기준을 찾게 된 것일까요?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있어왔던 이상적인 신체비율이긴 하지만 그것이 미적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미국의 대중문화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설명입니다. 

  20세기 이후 세계의 영화산업을 쥘락 펼락 해온 할리우드는 쉼 없이 이상적인 남녀상을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암시해 왔습니다. 개미허리에 작은 머리, 긴 다리를 한 바비 인형 같은 미인상, 영화 <람보>의 주인공 같은 근육질의 이상적 남성상을 사람들의 뇌리에 조금씩 조금씩 아로새겨왔던 것이죠. 미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영화 속 남녀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보통 사람들보다는 팔등신에 훨씬 가깝거나, 실제로 팔등신인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른 대중들의 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히 다리가 긴 사람일수록 남녀 모두에게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분석도 있으니까요.


  이것은 인간이 영장류 가운데 두상 비율이 가장 적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팔등신이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보기 때문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침팬지나 고릴라는 물론이고 직립보행을 할 줄 아는 원숭이조차 대개 7등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을 볼 때 그렇다는 주장인데요. 8등신이 7등신보다 신체기능적인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면에서 이 설명은 강한 설득력을 갖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할리우드의 영향을 한국만 받은 것이 아닌데 왜 한국에서만 이렇게 작은 얼굴에 집착하며 셀카를 찍을 때는 무조건 뒤로 머리를 훅 빼는 짓을 하는 것이 익숙한 문화가 되었을까요? 이는 또다시 한번 미디어의 영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앞선 주제에서도 한번 설명한 바 있지만, 한국은 ‘성형천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미적 기준에 집착을 전국민적으로 보이는 기이한 나라입니다. 현재 미디어를 주도하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하죠. TV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에 보이는 아이돌과 드라마 주인공들의 몇 안 되는 기형적으로 쪼막만한 얼굴이 마치 일반적인 미의 기준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대놓고 각인되면서 내 주변보다 훨씬 많이 보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아이돌의 얼굴들이 미적 기준으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죠. 


  오십이 훌쩍 넘는 여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다른 젊은 후배에게 왜 이렇게 얼굴이 크냐며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스러운 이야기가 되어버린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아이돌의 프로필이 절대적인 미적 기준일 수 없음에도 그녀들에게 열광하는 팬덤들은 그녀들의 몸이 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단식을 하며 요정 같은 몸이 되려고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의학계에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몸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이미 딴 세상의 것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들에게 미적 기준은 그들이 결코 도달하지 못할 저 세상의 것이 되어버려 그렇게 되려면 정말로 저세상에 가는 수가 있다는 사실을 저세상에 가서야 알게 되는 블랙 코미디가 탄생하는 것이죠.

  한국인. 알다가도 모를 민족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ahura/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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