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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14. 2024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트로트를 좋아하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14     


  한국인이 얼마나 흥이 많은 민족인지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따로 다뤄야 설명해야만큼 대단한 ‘흥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설명들 중에서도 한국인의 잔치문화, 그리고 그 잔치문화의 필수요소인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는 외국의 유명 가수나 밴드들이 내한공연을 왔을 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그들의 신곡까지 떼창으로 응수하여 그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마법의 나라이자 진정한 팬덤이라는 역조공격의 찬사를 받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현재 세계를 뒤흔드는 K-POP과 K컬처의 열풍은 DNA부터 자양분을 꾸준히 먹어가며 그 몸집을 키워나갔던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흥을 드러내는 음악장르가 있습니다. 어리고 젊은 세대들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아저씨, 아줌마가 되면서 마흔을 넘기면서 묘하게 땡기고 노래방에 가거나 노동요로 부르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게 만드는 묘한 그 2박자의 가락. 

  맞습니다. ‘트로트’라고 하는 바로 그 음악장르가, 바로 한국만의 독특한 흥 DNA를 보여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장르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영역입니다. 혹자들은 그것이 일본의 엔카에서 왔기 때문에 일본 식민지의 잔재가 어떻고 어떻고 하지만, 트로트는 트로트일 뿐 그것이 일본의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제대로 트로트의 역사나 그 변화형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오독(誤讀)의 소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트로트는 일본의 근대 대중가요인 엔카와 묘한 영향관계를 맺으며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엔타의 유래를 살펴보면, 엔카의 창시자로 불리는 코가 마사오가 조선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었고, 한국 민요를 원시적인 기존 일본의 엔카(艶歌)에 접목시켜 현재 ‘엔카(演歌)’라고 불리는 진정한 의미의 엔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코가 마사오가 정립 내지는 새롭게 만든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엔카는 한국 민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일본에서 대히트 친 코가식 엔카가 역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흘러들어오면서 한국의 대중가요에 영향을 주었으니 명확하게 설명하자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팩트, 되시겠습니다.


  ‘트로트’라는 명칭은, 미국 래그타임과 재즈의 사촌정도 된다고 할 수 있는 춤곡의 장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폭스트로트(foxtrot)’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름만 그렇게 빌려왔을 뿐, 사실 한국 대중가요에서의 트로트 장르와 폭스 트로트는 단순한 2박자라는 공통점을 빼고는 어떠한 유사성도 찾기에 어려울 정도로 전혀 다른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자는, throat, 즉, 목구멍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되지도 않는 유사음 유래설을 떠들기도 하는데, 결국 성대를 통해서 나오지 않는 노래가 없다고 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엉뚱한 억측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재론할 가치가 없어 보이니 현혹되지 마시길.


  전술한 바와 같이, 트로트는 전통적인 한국 민요의 대중적·정서적 흐름과 대한제국 시기 근대 개화기 흐름을 바탕으로 서양풍의 대중음악과 결합한 새로운 한국만의 장르인 것이 팩트인데요. 그것이 형태를 완전히 갖추기 전인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강점기 시기 중 이미 일본의 대중가요로서 입지를 굳힌 엔카의 영향으로 그 대중적인 인기에 편승하여 흐름과 맥락을 공유하면서 한국 근현대 대중음악으로써 시작하였습니다.

  초기 트로트의 음계는 장음계에서 4음과 7음을 뺀 ‘5음 장음계(도레미솔라)’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들어온 단음계에서 4음과 7음을 뺀 ‘미야코부시 음계(라시도미파)’가 쓰였습니다. 박자는 듀플미터(Duple metre, 2박 계열 박자)를 자주 사용했었는데요. 노래의 기본적인 리듬을 형성하는 박자가 쿵짝쿵짝 소리로 뚜렷하게 들리기 때문에 ‘쿵짝’ 또는, ‘뽕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음악의 형태가 고착화되지 않고, 4박 계열로 진화(?) 변화하게 되면서 박자 패턴이 다양화되는데, 송대관의 유명한 히트곡 <네박자>의 가사 중에 직접 등장하는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이 바로 이 진화패턴을 그대로 구음화한 형태입니다. 그렇게 초기 트로트에서 다양한 음악적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완성된 현대 트로트는 5 음계뿐 아니라 7 음계와 발라드, 락,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접목하여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게 됩니다.


  초창기의 대중가요로서 트로트는, 본래 가사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음조와 어우러지며, 사랑과 이별,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과 애수가 담긴 내용이었는데, 박자와 장르적 특성상, 대체로 노래 분위기가 흥겨운 경우가 많으며, 지역별 특징을 잘 드러나는 가사, 사투리 억양을 연상시키는 음정, 국악에서 많이 사용하는 목소리를 길게 떠는 창법 등 한국적인 요소와 허스키 보이스를 이용하여 향토적이고 구수한 느낌을 주고 추임새, 감탄사가 많고 음의 높낮이 변화가 적으며 길이 변화가 큰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중가요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영어 가사가 대중가요의 가사에 들어가는 대세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가사에서는 영어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도 특징인데, 그것을 향유하는 이들이 아줌마, 아저씨라는 설명과 특유의 라임과 리듬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전문적인 이유가 모두 설득력을 갖습니다. 향유층을 40대 이후의 아저씨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들면서 한국인의 뽕끼가 발현된다고 보는 문화적 분석도 이러한 점에서 설득력을 갖습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제 40대 이후부터 발현된다는 공식에도 시대의 변화가 있어서, 포크문화를 대표하는 6070세대부터 그 시절 노래로 향수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한 7080을 넘어 이제 40대가 된 한국대중문화 전성시대를 지나온 8090년 대생들까지 있기 때문에 그들이 향유했던 시기의 음악시장의 영향력이 워낙 컸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트로트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선호하게 된다는 공식도 다소 무리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환갑잔치에서 마이크를 잡고 동네잔치를 하는 문화도 없어진 지 오래되어 어떻게 보면 노래방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이 가라오케나 룸살롱에 가서 트로트를 먼저 선호하는 경우는 차차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라고 예견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그들의 취향에 맞는 현대식 트로트로 변이를 시도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고 음악평론가들은 지적합니다.


  이것은 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엔카를 찾는 장년층들이 ‘나츠메로(그리운 옛 노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옛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을 회상하고 좋았던 그 옛날을 회상한다는 분석과 마찬가지로, 노래가 갖는 마력과도 같은 부분이 부모님이 술을 거나하게 하시고는 부르셨던 노래를 찾는 정서적 회귀 DNA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것은 시청률에 목숨 거는 예능피디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적용되면서, 2019년 <미스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케이블 TV에서 아줌마, 아저씨들을 트로트의 향수에 적시기 시작합니다. 트로트의 주향유층을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들로 보면서 젊은 여성 트로트 가수들을 섹시 콘셉트로 내세우는 시장의 분위기가 적지 않았는데, 경우가 많았는데, 정작 해당 프로그램이 팬데믹을 맞아 외출이 원활하지 않은 아줌마, 아저씨를 TV앞에 묶어놓으며 아줌마들의 니즈에 맞춰 <미스터 트롯>으로 거듭나면서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매력에 트로트라는 음악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장년층의 트로트 팬덤을 만들어내고 아이돌급 트로트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본래 트로트가 가지고 있던 특성과는 달리, 방송으로 새롭게 바람몰이를 한 트로트는 장년층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만들었고, 그것은 자본주의 원리와 어우러지며 아이돌 팬덤 위주였던 단일화된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장년층 음악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한국인들의 흥이 단순히 음악만으로 표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만의 잔치문화, 그리고 잔치라면 흥겨운 풍악이 빠질 수 없다는 조건들을 감안해 볼 때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지 않고 장년층이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가 단순히 아줌마, 아저씨들의 낡은 음악이 아니라는 당당한 커밍아웃으로 이어진 것도 한국의 기묘한 집단주의와 연결되면서 현재의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한국인의 회귀 DNA의 방향과 성향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이 필요한,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로 대표되는 문화적 회귀 DNA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해 나가기로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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