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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09. 2024

한국인들은 왜 개고기를 먹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13     


  한국을 폄하하려는 외국 언론들의 공격 중에서 가장 많았고 가장 격렬했던 것 중 하나를 들라면 단연코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민족’이라는 노골적인 비난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애완견이자 반려동물인 개를 어떻게 잡아먹을 수가 있느냐는 프랑스의 유명한, 이미 노쇠해 버린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맹비난은 그래서 더 유효했었는지 모릅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필드를 누빈다던 박지성 선수의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당시, 그만을 위한다는 응원가의 가사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Wherever You may be (당신이 어디에 있든) you eat dogs in your country(당신의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라는 대목이 들어있습니다. 맨유 팬들이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불렀다는데 가사내용을 보면 이게 응원가인지 한국을 엿먹이는 디스가 들어간 부분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이기까지 합니다.

  대통령의 아내가 대통령보다 입김이 더 쎈 이 즈음에, 아이가 없고 아이대신에 개를 아이처럼 키우기 때문이라는 우아한 명분으로 명령(?)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서도 드디어 지난 1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금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번 달부터는 농업축산식품부에서 본격적으로, 개식용을 업으로 삼던 영업주들에게서 운영신고서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올여름 8월 5일까지 보건소 위생과로 제출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공표한 것이지요. 기한 내 신고하지 않으면 전·폐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사실 하나가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생깁니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삼았던 문화는 한국만의 문화인가?’에서부터 ‘다른 나라, 특히 서양에서는 원래부터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없었는가?’ 그리고 ‘더 이상한 식용문화를 가진 이들이 단지 식용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폄하해도 되는 것인가?’ 등등 의문이 화수분처럼 퐁퐁 솟아날 듯합니다.


  물론 이 시리즈에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거니와 외국인 같은 대한민국의 밖에서 한국인들을 바라볼 때 너무도 이상한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니 시리즈의 본분(?)에 맞게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고 기괴하다고 보는 이들의 의문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고기를 먹게 된 역사는 인류의 식육 역사와 거의 맥락을 같다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사시대의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유물에서 확인되고 있는데요. 개는 인간의 둘도 없는 동반자임과 동시에 가축(?)중에서는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양은 목축이 발달하게 되면서 식용이 아닌 목적으로 확장되면서 개를 식용으로 먹는 문화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소와 양, 돼지 따위를 주로(?) 즐기게 되었을 뿐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 6세기 경부터 한족들이 개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기록과 유적들이 발견된 바 있는데요. 일반 연회와 제사에 오르는 제물로 쓰였다는 기록도 확인되고 있어 동양에서의 개고기 식용 문화는 이즈음이 공식적인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학계의 정설입니다.


  한자에 ‘당연(當然)하다.’라는 단어를 쓸 때 사용하는 ‘然’이라는 글자가 있는데요. 이 글자의 연원을 살펴보면, 개〔犬〕고기〔月=肉〕를 불〔=火〕에 태우고 있는 모양으로 본래는 ‘불탈 연(燃)’자에서 시작된 것이 본래의 글자라고 합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했던 한자어의 시초조차 이 문화가 반영된 것을 보면, 개고기 식용 문화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일반화되었던 것인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회음후전(淮陰侯傳)’에서 나온 말로, 유명한 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에서도 개고기 식용 문화는 자연스럽게 언급됩니다. 

  참고로, 현재 중국에서는 개고기 요리를 삼육탕(三六湯) 또는 향육(香肉)이라고도 부릅니다. 삼육탕은 주로 남쪽 지방의 명칭이고, 향육은 주로 동북의 조선족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불리는 명칭입니다. 남쪽지방에서 그런 명칭을 붙이게 된 이유는, 광동어로 삼에 육을 더하면 구(九)가 되고 이 ‘아홉 구(九)’자는 개를 나타내는 ‘구(拘)’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삼육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서양은 현대에 오면서 개고기 식용 문화의 자취가 사라졌느냐고요? 그럴 리가요. 유럽의 일부 지방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도 식용 개고기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고 있는데, 1870년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는 특히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개고기 정육점까지 버젓이 들어서서 성행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개고기처럼 보다 질 낮은 고기로 여겨지는 육류를 먹게 될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사자(死者)의 집〉에서도 그러한 정황은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문화는 변화하기 나름입니다. 그래서 아시아의 각국에서도 아래의 표와 같이 개를 식용목적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한다는 법령을 내놓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도 그 지난한 보릿고개에도 먹기 힘들었던 구황작물들을 이제는 지난 아버지 세대의 기억을 추억하며 맛보기로 먹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한국인에게 있어 개고기는 그야말로 보양음식문화의 대명사입니다. 보양음식이란 몸을 보양하기 위해 먹는 음식들을 말하는데요.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개고기 보양설의 가장 큰 오해가 바로, 사람의 신체와 구성성분이 비슷해 단백질 흡수율이 좋기 때문에, 대규모 외상 수술을 한 환자들에게 주로 먹였다던가 외상수술 후 개고기를 먹으면 회복률이 빨라진다는 카더라 학설이 정설인 양 퍼진 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사실 먹을 것조차 변변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가 더 나았을 것이고, 소고기보다는 주변에서 더 구하기 쉬웠던 개고기가 단백질 보충을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집중적인 단백질 섭취를 통해 회복이 평상시 부실한 영양섭취보다는 빨랐을 것입니다. 


  또, 몸이 허할 때나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을 때 개고기가 좋다고 하는 수많은 경험담들이 나왔던 이유 역시, 양질의 지방이 많기 때문이라는 식의 설명이 있었지만, 그 역시 영양이 부실하던 시대의 이야기에서 확장된 것이지 다른 육류에 비해서 월등히 영양학적으로 훌륭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오히려 복날의 보양식을 대표하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삼계탕은 서양에서의 치킨수프에서 공통적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영양학적으로 원기회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까지 있으니 보양음식의 애교로 봐줄 만도 합니다만, 몸에 좋다고 해서 개고기와 흑염소를 찾는 이들의, ‘역시 먹어본 사람들만 알아!’식의 카더라 유사의학설은 조심스럽게 확인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중년 아저씨(?)들의 내 몸 애지중지사상에 휘둘리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 몸에 좋다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돼지를 삶아 약으로 먹고, 뱀을 잡아서 정력에 좋다고 먹으며 그 뱀을 유리병에 넣고서 술까지 담가먹는 한국의 보양문화는, 한국사람들이 그야말로 아직 미개한 아프리카 이름 모를 공화국이나 동남아 저 밑의 어느 나라를 보는 것처럼 서양인들의 눈에는 미개하고 잔인하며 섬뜩해 보이기까지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인 아저씨들이 왜 그렇게 보양문화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아저씨들만의 문제인지 아저씨들에게 보양식을 찾게 만드는 한국 아줌마들에게는 또 어떤 숨겨진 한국인만의 DNA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의 은밀(?)하게 왜곡(?)된 성문화와 관련하여 별도로 뒤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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