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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y 22. 2024

한국에서는 왜 중범죄자들에 대한 형량이 그리 작은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59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819     


  엊그제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와 ‘단톡방 사건’ 멤버인 가수 정준영, 최종훈의 만행을 담은 BBC뉴스코리아의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국내외에서 조회수는 폭발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 다큐멘터리를 본 외국인들의 반응 중에서 가장 한국을 신기하게 본 것은, 이들의 범죄도 범죄지만, 그들에게 선고된 형량을 두고서 말 그대로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댓글을 통해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강간과 성매매, 불법 촬영 혐의에도 단지 몇 개월의 징역형을 서고 받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보였습니다.


  충격적이라는 의미로 작성된 “이미 출소했다”는 댓글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등에서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 이를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습니다.


  승리는 2020년 1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폭행 교사 등 무려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는데요.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11억 569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2022년 1월 항소심에서는 “처벌이 너무 무겁다”는 승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했습니다. 이후 승리는 여주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2023년 2월 9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이들의 형기가 생각보다 짧았던 이유는, 국내에선 이른바 가중처벌에 해당하는 형량 ‘병과주의(倂科主義)’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형법 38조, ‘경합법 처리 관련 규정’에 따라 ‘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인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이에 따라 판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타인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혐의에 모두 해당하는 정준영이 최대 징역 10년이 아닌 7년 6개월까지로 형량이 낮아진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규정 때문입니다.


  K-POP으로 국가적 위상을 떨치고 있는 대한민국이 찌질한 후진국도 아니고 왜 이런 후한 관용을 범죄자들에게 베푸는 법령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외국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영국 등 영미권 국가에선 여러 건의 범죄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倂科主義)’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미국의 한 범죄자는, 아동 포르노물 20건을 갖고 있다가 적발됐는데 애리조나주 법원은 영상마다 최소 징역 10년씩을 적용해 무려 200년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위 다큐멘터리는 “한국에서 불법촬영 관련 성범죄 신고가 지난 15년 동안 11배나 증가했다”는 자막과 함께 보는 이의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며 끝이 납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형사법은 왜 잘못한 자에게 왜 그 잘못을 모두 더한 죄과를 묻는 병과주의(倂科主義)를 적용하지 않을까요? 법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병과주의(倂科主義)가 좋은 것인데 한국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순논리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병과주의(倂科主義)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살펴보면, 단순 합산으로 인해 경미한 범죄 여러 건이 중대 범죄 하나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형량을 통한 죄질 구분이 어려워진다고 법학 교과서에서는 설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교정시설(교도소)의 과밀화 및 관리 비용 증가를 불러오고, 실제로 200년이나 감옥에서 썩기보다는 감형이나 가석방을 통해 실제 복역기간이 단축되는 기간이 많아, 형벌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뒤에 본격적으로 다룰 기회를 마련하긴 하겠지만, 한국은 아주 대표적인 법비(法匪)의 나라입니다. 법비(法匪)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사전적 의미로는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법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사회구조와 분위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악덕 변호사는 당연히 있습니다. 악인을 변호하는 일이나 악덕 기업을 변호하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이들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쁜 짓을 한 놈들에게까지 적용되는가에 대한 문제는 별개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의 파렴치한이라고 불리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서까지 평등한 법을 적용한다면서 그들의 죄를 경감하는 것은 그야말로 법비들이 가장 잘하는 법망의 틈을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악인들은 돈과 권력을 끼고 있어야 하고, 그 돈과 권력을 공유하겠다는 법기술자들이 존재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것이 일부 특정계층이 아닌 법조계의 암세포처럼 온통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것이 악성 외국자본을 앞세운 악덕 기업이나 기업사냥꾼들이 대한민국을 호구로 보고 활개 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대한민국에서 병과주의(倂科主義)의 합리성을 강조하여 계속해서 유지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배가 고파 라면을 5개 훔친 생활범보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수백억을 폰지사기 친 사기꾼이 훨씬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법령에는 마치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대한민국이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에는 멀었다는 설명과도 같은데요.


  선진국들 역시 법비들일 설치지만, 일반 국민들이 모두가 알게 된 명명백백한 범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공개재판식으로 철퇴를 가하는 사이다 판결을 낸다는 것이죠. 그것이 어찌 보면 선진국의 법비들이 자신들의 나쁜 짓을 적당히 덮어가며 위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에게 지탄받아 마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그리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지 말아야 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법비들과 연계되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됩니다. 그것이 그들의 몸값을 높이는 광고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이런 몹쓸 짓거리까지 했던 자를 내가 전관예우라는 슈퍼파워까지 쓰면서 풀어줬다는 포트폴리오로 작용하는 것이죠.

  사상초유의 사법농단이 국민들의 눈앞에서 밝혀져 법원의 수장이라는 대법원장이 구속되기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되었지만, 그들 중에서 그야말로 천벌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은 자는 어느 한 명도 없었던 것을 보면서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마저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잘못한 자가 그 잘못만큼 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사회는 그만큼 도덕지수는 물론이고 그 사회의 수준 자체가 평균치의 한참 아래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외국인들의 황당한 지적에 대해 한국인인 당신이 뭐라고 변명하며 실드를 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한국에서 ‘법대로 하자!’라는 말이 ‘누가 더 돈이 많고 권력이 많아 법비들을 배불리며 싸움에 승리할 수 있는지 따져보자!’인지로 계속 전락되지 않으려면 결국 법조인이 바뀌고 정부가 바뀐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한국인 전체가 바뀌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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