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구에게나 이상형과 살고 싶은 꿈은 있다.

문제는 이상형이라는 것이 현실에 없다는 사실이다.

by 발검무적 Mar 25. 2025
아래로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02


  인간은 무료함은 견디지 못하는 종족본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무료함’이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본질적인 원인은 ‘익숙함의 반복’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인간은 그것의 질적 차이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동일한 자극(생물학적 표현)이 반복되는 것에 무료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한다.


  먹는 것이 그러하고, 입는 것도 그러하며, 살고 있는 집이 그러하며 타고 다니는 차는 너무도 당연히 그러하다. 심지어 자신이 함께 살며 살아가야 하는 파트너에게도 그런 본능은 예외가 아닌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바람에서 시작되는 불륜은 바로 그러한 인간의 저질적 본능에서 익숙함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자극을 찾으면서 그 비극의 서막을 올리곤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주 오래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시절, 전국구로 잘 나간다는 건달과 술자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온갖 쾌락을 추구하며 온갖 새로운 것들을 다 시도해 보고, 예쁘고 쭉쭉빵빵하다는 업소의 에이스들을 데리고 놀아봤지만, 결국 여자는 불 끄고 침대에 들어가 보면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그만의 개똥철학이었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그의 개똥철학이 아니었다. 정말로 방탕하리만큼 온갖 여자들을 다 후리고 다녀본 그의 경험치가 말해주는 인간적 본능에 충실했던 결론이 그런 것이었다면 정작 한 사람만을 만나 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죽을 때까지 한 사람에 대한 정절을 지키고 산 사람과 그 건달의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한국의 가정에서 그 흔하다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도 그 집만의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매번 다른 집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맛집이든 가정집이든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취향과 평가도 제각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여자를 바꿔가며 밤을 즐겼던 건달의 생각이나 경험이 만고의 진리일 수만은 없겠으나, 그와의 술자리에서 들었던 그 수많은 헛소리와 무용담 중에서도 내가 유독 그 동물적인 허풍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세월이 흘러도 방송에서나 일반인들에게까지 끊임없이 던져지는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그의 허풍에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실마리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부부는 사이가 좋은 부부이든 심각한 위기를 느껴서 상담을 찾아와서든 상대방이 이상형이었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자신의 이상형은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배우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이상형과 결혼했다고 말했던 사람마저도 자신이 이상형에 대해 잘못 인지하고 있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는 경우는 너무 허다해서 특이케이스라 할 만하지도 않다.


  이상형이 무엇인가? 자신이 현실이 아닌 상상으로 어떤 이성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한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외모에서부터 성격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는 출발점에 부합하듯 그저 자신의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무엇보다 그 이상형이라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할 수조차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상형이라는 것 자체가 일방적인 상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억지로 그런 이상형의 존재를 만들어 곁에 가져다 둔다고 한들 정말로 현실에서 자신이 그 이상형과 맞는 궁합을 가지고 있는지 조화도를 확신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복잡하고 지극히 완곡하게 돌려 설명했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당신의 이상형은 당신은 좋아하지 않을 확률이 지극히 높고, 당신이 그 이상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확률 또한 지극히 낮다는 말이다.


  왜냐고? 아직도 이해가 안 가나? 

브런치 글 이미지 3

  당신이 현재 경제적으로 쪼들려 어디서 달러 빚이라도 꿔와야 생활이 되는 지경이어서 나이가 아버지뻘이라도 한국의 재계 서열 10위권 안에 드는 할아버지라도 받들어 모시며 살 수 있다고 헛소리를 계속 내뱉더라도 그 할아버지의 운전수조차 당신 같은 사람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단 말이다.


  멀쩡하게 남편이 돈을 잘 벌어다 줬더니 매일 같이 회사일 때문에 늦고 자신에게 소홀하다면서 어디서 느끼한 이모티콘을 벌건 대낮에 날리며 드라이브 가자고 하고 놈팽이짓을 하는 이와 배꼽이 맞아서 바람을 피우는 여자들이 자신은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고 헛소리를 법정에서 떠들어댄다. 


  어차피 머리도 나쁜데 처가에 돈이 많아서 가난한 집에서 공부 하나 잘해서 소년급제하여 결혼은 했는데, 예쁘지도 않고 돈을 펑펑 써대면서 늙어 쭈글쭈글한데도 그놈의 자존심은 있어서 사모님 행세를 하려는 여자를 집에서 마주 대하는 것이 너무 싫다며 애인을 만들어 버젓이 두 집 살림을 하는 정신 나간 자들이 있다.


  과연 그런 짐승들에게 새로 만든 애인은 그들의 ‘이상형’일까?

  차라리 결혼은 하지 않으면서 매번 애인을 바꿔가며 연애 초기에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과 적당한 콩닥거림을 평생 유지하고 싶다며 파트너를 바꿔가며 사는 쾌락주의자라면 결혼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니 늘 새로운 파트너와의 무료할만하면 신선함으로 도피하며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돈 많고 잘생기고 늘씬 쭉쭉빵빵한 이들도 결국은 세월의 풍파에 늙어 쭈글쭈글해지고 나면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만의 가정에 안착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간이 싫어하는 무료함보다 더 두려운 것은 결국 철저히 홀로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당신이 지금의 배우자 때문에 당신의 결혼이 망쳐졌고, 배우자의 자리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존재를 꽂아놓기만 하면 당신의 인생이 새로운 제2의 막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동안, 당신이 막연히 꿈꾸는 상대들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곁에 두어 그들의 인생을 망치고 싶은 생각이 결코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깨달을 수 있다면, 당신의 헤어짐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마.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908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사람의 떡이 더 크고 맛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