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囲碁十訣)>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꺼내 들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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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상응(動須相應) : 돌을 움직일 때는 (주위 상황과) 서로 호응해야 한다.
이번 가르침은 간단해 보이지만 위의 해석에 괄호 안에 넣은 내용의 범주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 눈여겨봐야만 합니다. 처음 선수를 잡고 흑돌을 착점 할 때는 자신의 계획한 대로 둘 수 있지만, 상대의 돌이 응수되는 순간, 모든 것은 계획대로 순조로울 수만은 없습니다. 상대의 반응과 응수를 봐가면서 나의 계획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돌을 한 수 한 수 더 가일수할 때는 당연히 상대의 응수를 살펴야 하고, 그 응수에 의해 변화된 상황을 분석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 맞춰 가장 크고 절실한 자리에 돌을 착점 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가르침, 네 글자 중 뒤의 두 글자, ‘상응(相應)’이라는 동사의 대상은 전체적인 형세일 수도 있고, 상대의 움직임일 수도 있고, 내가 멀찍이 두었던 내 진영과의 연계 상황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로 번역할 때, ‘A move must respond to the opponent's.’라고 할 때는 상대방의 움직임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둑도 전쟁도 인생도 그 모든 것은 상대가 있습니다. 즉, 나 혼자서 내가 계획한 대로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도 나와 똑같은 이기고자 하는 욕망이 강할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부를 가르는 게임에서 나와 상대가 모두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가르침의 첫 글자인 ‘동(動)’은 이른바 바둑에서 말하는 ‘행마(行馬)’를 의미합니다. 본래 바둑의 한 수 한 수가 당연히 그 착점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포석이 끝나고 난 뒤부터 전체적인 전장을 어떻게 나의 영토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그 행마(行馬)입니다. 때문에 그 행마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경계해야 할 조언이 바로 이번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행마의 형태가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행마를 함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한 번 놓인 바둑돌의 위치는 바뀌지 않지만 그 역할은 처음에 두었던 기사의 의도가 부여한 의미에 고착화되지 않습니다. 바둑이 진행될수록 시시각각으로 돌의 역할은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바둑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고들 말하곤 합니다.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던 단순한 의미였던 돌이 끝에 가면서 마치 변신이라도 하듯이 전체의 바둑에서 큰 의미를 선보이는 경우는 명국(名局)에서 간간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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