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스키 여행 - 11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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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위스키라고 하면 스카치 위스키를 떠올리지만, 아이리시 위스키 애호가들은 위스키의 시초를 아이리시 위스키로 본다. 이 논쟁에 대해서는 앞서 위스키 서론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게만 설명한다. 아이리시 원조설에 따르면 1600년대 성 패트릭이 증류기술을 가져와 아일랜드에 전파하게 되면서 위스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혹자는 아이라 섬의 위스키 증류소가 생기기 시작한 원인이 아일랜드와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를 제시하는데, 실제로 그 주변(로우랜드Lowland, 캠벨타운Cambeltown, 아일러Islay)이 아일랜드의 영향을 받아 다른 증류소들에 비해 더 이른 시점에 위스키 증류소가 생겼다. 특히 캠벨타운의 헤이즐번과 로우랜드의 위스키가 3회 증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아이리시 위스키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전통적으로 피트를 쓰지 않는 3회의 Pot still(단식 증류기) 증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적이다. 전성기 때는 400여개의 증류소가 있을 정도로 아일랜드의 기간 산업이었다.
필록세라로 인해 초토화된 와인시장을 대신할 자리에 위스키가 오르면서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지만, 복잡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맞물려(특히 아일랜드 내전) 이미 위스키 시장의 성장 시점에는 상당히 위축되어 스카치 위스키의 급속 성장에 밀리면서 지금의 다소 마이너한 위치로 전락하게 되었다.
현재는, 증류소 숫자도 크게 줄어 4개의 증류소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방식도 스카치 위스키를 따라잡기 위해 오히려 스카치 위스키 방식을 많이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시 위스키만이 갖는 특유의 독특한 맛과 향,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특성으로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증류소 숫자는 줄었지만, 그만큼 각 증류소당 생산량은 상당히 급증했다. 특히 가장 큰 미들턴 증류소의 경우, 8시간마다 그레인 위스키 원료를 공급해 줘야 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본래 아이리시 위스키의 제법은 증류 전 워시를 만들 때 맥아와 그레인을 섞어서 한 번에 증류하기 때문에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로 나누지는 않았었지만, 현재는 이에 대한 규정도 보충되어 30% 이상의 맥아, 30% 이상의 발아하지 않은 보리, 5% 이하의 기타 곡물을 사용하여 만들어야지만 팟 스틸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은 스카치 위스키의 영향을 받아 위와 같은 세 분류방식을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주요 브랜드(제임슨, 부시밀스 등)의 스탠더드(NAS) 제품의 경우는 블렌디드로 나온다. 또한 본래 피트 처리를 하지 않는 방식 대신, Connemara같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스카치 위스키를 따라 피트 처리를 해서 나온다.
전통 방식의 아이리시 위스키는 ‘pot still’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구분한다. 레드브레스트(Redbreast)나 미들턴(Middleton), 틸링(Teeling)이 주요 브랜드로 대표된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임슨 하나만 달랑 들어왔고, 숙성연수도 낮은 것 위주로 들여왔기 때문에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향은 스카치 위스키에서 느낄 수 없는 대체불가한 아이리시 위스키만의 특징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피트를 사용하지 않고 맥아를 건조하며, 3회 증류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달콤하고 부드럽고 상큼하며 크리미한 맛이 강하다. 특성상 커피와도 잘 어울려 카페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등에 1~2 티스푼 정도 추가해도 풍미가 좋아 마시기 훨씬 편하다. 또한 아이리시 위스키의 특성상 우유와 칵테일해 마셔도 훌륭한 풍미를 느낄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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