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잊고 지냈던 옛사랑이 어느날 문득 찾아온다면...?

<사랑의 기술>을 시작하는 글에 갈음하며...

by 발검무적

2022년 묵은 해를 보내던 마지막 날.

아들과 서재를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된 책들을 새로 만지작거릴 조우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30여 년 전에 쓴 단편 원고 뭉치들이 작가 노트와 참고하려던 프랑스 작가들의 책 속에 담겨 있던 것들도 전혀 다른 이의 글처럼 주저앉아 읽기 시작했더랬습니다.


그 오래된 세월의 묵은 먼지를 털고 몇 문장 읽어 내려가지 않아, 남의 글이기는커녕 그 글을 쓰던 젊은, 아니 어린 날의 치기 어린 나와 당시의 감정이 수비드 해둔 재료가 뜨거운 물에서 다시 되살아나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 생생한 온기를 오롯이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대에, 평생을 쓰고 정리하고도 남을 글감을 정리한 수백 권의 단행본 꺼리로 안배해두었던 자료시디가 함께 침대를 쓰시는 분의 만행(?)으로 행방불명이 되어 소멸되어버리고 나서 그 옛날의 글들은 어디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 마음을 접고 있던 터였지라 그 옛날 원고들 옛사랑처럼 더욱 애틋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견된 원고들은 오래된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것을, 퇴고하려고 출력해두었던 단편소설들이 주였고, 아이디어를 정리한 노트들과 이후 시간을 두고 집필하여 천천히 출간하겠다며 계획까지 잡아둔 메모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아주 희귀한 원고를 발견하고는 쌓였던 먼지를 톨톨 털며, 보는 이도 아무도 없는데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소설, 전공서적, 번역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시집, 에세이, 드라마 대본, 영화 시나리오...


장르 테러리스트를 자처하며 만년필 하나면 그 어떤 것도 그려낼 수 있다고 여기던 혈기방장하던 그 젊은 즈음에, 좀처럼 쓰지 않아 출판사 사장들에게 이례적으로 불렸던 그 원고를 '아주 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아포리즘을 담아낸 에세이.


한 장르만을 집필하지 않았던 터라 장르마다 필명을 따로 정해 출간을 하기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을 즈음에 한 번쯤은 그 젊은 감성을 글로 남겨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새벽시간에 다른 글을 집필하던 쉬는 시간에 익숙한 재즈 음반을 틀어놓고 일기처럼 써두었던 바로 그 에세이였습니다.


당시 교류하던 몇몇 출판사 사장과 편집장들에게 한두 꼭지를 보여준 적은 있었지만, 출판하자던 제안을 농담으로 흘려넘기며 출판할 생각이 아니라며, 술자리에서 그저, '안 하던 짓을 다 했네.' 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듣는 것으로 넘어갔었던 바로 그 에세이였지요.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 봐도 어색하기 그지없고 엉성하기 그지없지만, 그것 또한 그 시절의 내 감성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발검무적이 누구인지 실존인물과 매칭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는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담아두면, 최소한 같은 침대를 쓰는 분이 원고를 4차원 공간에 날려버리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엉뚱한 생각을 내일부터 밤 연재에 담아 보려고 합니다.

그럼 내일부터 이제까지의 연재글들과는 전혀 색다른, 생뚱맞은 멜랑꼴리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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