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신입 퇴사자의 자리인가요?
6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나는 퇴사 처리가 되었다.
이제는 정말 퇴사자, 무소속, 백수.
2차 집단에서 벗어나는 건 10년 만인데, 마치 신입사원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자리는 어디지?
나는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지?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할 내 자리는 없다.
더 이상 기한 안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가고 싶은 자리를 고를 수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신입 퇴사자 1일 차.
무소속이 주는 자유가 내가 있을 곳이다.
7월 1일 오늘의 자리
오전
7월치고는 제법 쌀쌀한 아침 바람과 함께 눈을 떴다.
침대 위에서 핸드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어제 산 책을 뒤적거려본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집인데, 어찌나 다들 그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요새는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나도 무언가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오후
르네 마그리트 전에 다녀왔다.
내가 곧잘 상상하는-예를 들면 내가 바라보는 것이 사실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것들이 그의 그림 속에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예전엔 전시를 보면 한 시간 이내로 나왔는데, 오늘은 한 시간 반 정도 관람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