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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겨우 찾아온 들풀의 향기
애써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도시의 벽을 뒤로하고
검은 아스팔트를 벗어나
마침내 흙냄새 가득한 길 위에 발을 딛는다
별들이 스러지고 하늘이 가까워질 때면
어린 날 꿈을 지켜주던 상록수 한 그루
"이제야 왔구나"
제멋대로 속삭이는 풀벌레 노래
반가운 발걸음에 일찍 피어난 코스모스
바람의 지휘에 맞춰 춤추는 억새풀
두 팔 벌려 맞이하는 새벽의 고요
맑은 숨을 깊숙이 들이마시고
숨겨둔 한숨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오랜 상처마저 추억으로 바꿔주는 곳
들판에 서면
어릴 적 잃어버린 자아를 다시 찾을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