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에 따른 차등된 재난 수용력 : 기후위기 편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말은 벌써 지루한 말이 되어버렸다. 2020년이 호주와 미 서부 산불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작했고 홍수, 가뭄 등 고온 현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십여 년 안에 해안도시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더 이상 거주가 불가능하거나 해양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1년 여름 최고 더위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각종 가축 질병 등으로 경작 및 낙농업이 식량값이 상승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연구가 있다. 이는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계속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과 경고를 하고 있다. 심지어 홍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들이 이제는 날씨의 개념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모든 경고는 아직 유효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 마련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뚜렷하게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 영역에서 이유는 단순 불편함과 한계성이다. 기후변화가 당장 개인의 생존과 관련 있는 사람들은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지구 속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로 인식하고 당장의 우선순위에서는 많이 밀려있다. 당장의 생계가 중요한 것인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혼란은 가속화하고 있다. 락다운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기업들 또한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에너지 절약을 이야기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거리두기와 감염 예방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량과 배달량이 계속 증가했다. 당장의 확산세를 줄이는 게 급한 불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생계 위협을 받는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개인이 기후 문제를 위한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과 전기를 절약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대중적인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기후 변화를 노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소비시장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육식을 피해 선택한 과일이 지구 건너편에서 비행기에 실려 화학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했을 것이다. 서양에서 슈퍼푸드라고 인기 있는 아보카도 역시 경작 시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마트에는 이미 수많은 플라스틱 용품들이 진열되어있고 윤리적인 선택권이 좁다. 이렇게 개인 소비자가 노력으로 일상 속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도 기후 문제는 당장의 우선순위가 아닌 듯하다. 기후 문제로 인해 생존권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의 가계 생계 혹은 경제활동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뉴스에 더 자주 보인다. 특히 기득권과 정치가들 같은 경우 현재의 이익과 경제성장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 나라 지도자들의 고민은 더 늘어났다. 계속되는 확진자 증가와 락다운으로 경제는 마비되었고 2021년 올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 미국 등의 국가들은 다시 코로나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은 경제성장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무조건적인 비난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경제 제개화는 양날의 검으로 코로나의 안정성은 아직 보장하지 못하지만 당장의 경제활동은 재개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소득률이 적은 나라일수록 그 피해가 크다. 재난은 차등적으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이것은 모든 재난 상황에 적용되고 가장 아래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먼저 찾아간다. 지구온난화도 북극, 남극 혹은 적도지역 같은 곳에서 먼저 수십 년 전에 먼저 나타났다.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큰 선진국들은 비교적 늦게 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농사가 불가능한 지역이 있는 반면 지구 반대편 선진국에서는 백신과 음식은 계속 남고 있다. 이것은 나라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대입할 수 있다. 코로나 창궐 초기 락다운이 진행될 때 해외 백만장자들이 무인도 혹은 요트 등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이 그 예시다. 기득권과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은 식량위기 혹은 기후 변화로 인한 거주지 이동에서 선택권이 넓어진다. 그들은 자연재해를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미리 이사 갈 수 있다. 또한 높아진 식량값을 감당할 수 있다. 기득권이 현재 기후 문제를 외면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권력과 자본으로 “불편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처럼 머리칸에 있는 사람들은 종말 이후에도 스테이크를 먹지만 꼬리칸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배급식에 감사를 강요당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재난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착각과 안일함에 빠져있다. 기후 문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지만 아직은 단순히 불편함과 다른 나라의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가끔 미디어에서 지금이라도 일회용품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면 늦출 수 있다는 달콤한 위로로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일반 대중들 역시 텀블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점심에 먹을 배달음식의 업보를 청산하려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편의를 우선시하고 기업들은 이익, 국가는 경제 성장률이 급하다. 왜일까? 아직은 불편할 정도이고 현재 그들의 자본력으로 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매일 먹는 고기 산업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대체 에너지와 상품 등 해결 방법을 찾는 동안 개인들에게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더욱 선택권을 늘려주어야 한다.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 이상의 실천들이 필요하다.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계속 제도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대책 마련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하고 유럽에선 기후 환경 회의에 그레타 툰베리를 초대했고 자신들이 환경 운동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환경 규제 법안 (Loi climat et résilience)이 통과되었다. 몇몇 규제들은 10여 년 이후 실효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아직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다. 다른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또한 지속 가능한 기후 협약을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 이렇게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고 사람들에게 요구를 해야 변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레타와 사직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으로 자신이 얼마나 환경에 관심 있는지 알린다. 국가와 기업들 또한 그레타를 상징적 존재 이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는 지구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거대한 숙제이다. 지금과 같이 현재 자신이 각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 그 불편함을 극복 할 수있다 하여도 재난은 계속 축적되어 언젠가 감당 할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돌아오게 될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과학적 방법과 시스템 재정비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