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5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시간.
습관처럼 모자 하나 들고 길을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모자 하나 들고 길을 나섰다.
아파트를 지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 우산도 없는데.
무의식의 세계로 나온 걸음이 내리는 비로 현실 세계로 오는 기분.
잠시 망설임.
예전 같으면 금방 돌아섰을 텐데 내처 건널목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아침 숲길을 맞이하는 일이 좋은가보다.
비 오는 숲길은 더 고요하다.
숲길 양옆의 아름드리나무들이 내리는 비를 막아주고 가끔씩 큰 방울들이 모자 위로 떨어졌다.
앞을 보고 걷다 비 머금은 나뭇잎들을 본다.
아침의 숲에 비 머금은 나무는 내리는 비가 반가운가 보다.
촉촉하게 수분 머금어 더 싱그럽다.
비 내리는 숲길을 이렇게 천천히 걷는 시간이 숲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천천히 걸었다.
새소리도 듣고 나무도 보고 숲길이 주는 여운도 즐기며 그렇게 천천히~
작은 숲길 정상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길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다 의자에 앉아본다.
비에 젖은 의자인데 그 순간의 그 의지가 좋았다.
숲길을 걷다 의자에 앉아보는 건 드문 일이다.
숲길을 걷고 오르막에 올라 잠시 심호흡하고 되돌아오곤 했다.
의자에 앉아 숨을 조용히 내쉬어본다.
숲의 공기를 크게 들이켜본다.
수분 머금은 싱그러운 입자들이 조용히 내 숨결을 타고 섬세하게 들어온다.
그 조용하고 부드러운 위안.
무겁고 나른했던 나를 어루만지는 듯한 위로
자연이 주는 평온함이 나를 깊이 어루만졌다.
자연은 늘 그랬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오가는 무수한 발길을 견디고
무수한 소요들을 담은 어지러운 마음들을 그렇게 다독였을 것이다.
자연의 한결같음은 사람의 시선이다.
거센 비바람과 예기치 않은 폭풍과 폭설을 견디며 치열한 생존을 위해 온 힘을 다했으리라.
그 생존이 만들어낸 숲에서 이렇게 부드럽고도 조용한 위안을 얻는다.
비 오는 숲길의 여운을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는 내리다 멈추다 아주 잠깐 햇살도 품었다.
비 오면 와서 고요하고
멈추면 멈춘 대로 편안하고
잠깐의 볕뉘는 그대로 따뜻했다.
비 온다고 그냥 돌아갔으면 고요한 숲길의 위안이 있는 줄을 모를뻔했다.
돌아가는 길,
그저 마음이 평온해졌다.
“볕뉘, 돌아가지 않길 잘했어.”
집에 돌아와 보니 모자가 젖어있었다.
그래. 모자가 없었다면 아마 그냥 돌아섰을 걸?
“고맙구나, 모자야”
사소한 것 하나가 많은 것을 지탱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