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떨기 꽃처럼

by 볕뉘

여름 숲은 초록의 향연입니다.

알록달록 봄꽃의 새뜻함을 지나 연초록과 하얀 꽃의 대비가 선명하던 초여름의 풍경이 가면 짙은 초록으로 가득 채운 여름의 숲.


뜨거운 태양, 장마와 무더위로 습해진 숲은 꽃들이 피기엔 어려운 환경일 것입니다.

진한 초록이 주는 평온한 숲길을 그저 걷다

퇴색된 낙엽들 사이 꽃 한 송이를 보았습니다.


가녀린 잎 하나 없이 여리고 하얀 여린 줄기가 낙엽 사이 쑥 올라온 꽃 한 송이.

순수하리만큼 선명한 꽃이었어요.

그 가녀리고 청초함이 돋보여 저절로 낙엽 사이 꽃을 바라보았지요.

가까이 가보니 꽃이 아니더군요.

버섯이었습니다.

그것도 너무 청초해서 보드랍게 쓰다듬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500원 동전크기 보다 살짝 큰 앙징맞은 버섯은 하얗고 가운데로 갈수록 아주 연한 노랑으로 시작해 짙어집니다.

아주 촘촘한 우산살처럼 퍼진 줄은 연둣빛을 띈 민트색 같은 신비로운 모양이었어요.

꽃보다 더 순수하고 보드랍고 수채화 같은 버섯을 처음 보았습니다.


가만 보니 겨울과 봄, 여름 내 쌓이고 퇴색한 낙엽 사이사이 버섯들이 있었습니다.

빛바랜 붉은 버섯, 넓게 펼친 하얀 버섯, 표고 같은 갈색 버섯, 고목을 둥지 삼아 피어난 버섯도 보았지요.

꽃이 없는 자리를 버섯이 이렇게 채우고 있었군요.

장마 지고 습한 숲은 그렇게 꽃 대신 버섯이 자랐어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모양도, 색깔도, 크기도, 자라는 환경도 다 제각각이어서 신기했지요.

매을 보는 숲인데도 매일 달라요.

참 신기하죠?


잠시 또 생각이 흐릅니다.

‘이 버섯들은 무엇을 위해 피었을까?’

곰팡이이지만 몸에 좋아 버섯을 일부러 먹기도 하잖아요. 제 식재료도 버섯이 많고요.

향도 맛도 다른 버섯들은 풍미를 더해주어 즐겨 먹죠. 산에서 보는 크고 화려하고 예쁜 버섯은 대부분 독버섯이라 해서 경계했는데 가녀린 버섯은 버섯의 삶을 생각하게 했어요.

잠시 버섯을 찾아보았어요. 일명 '버섯'이라고 부르는,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모습의 덩어리는 버섯의 자실체라고 해요. 식물로 치면 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식물의 꽃이 피고 진 자리에 열매를 맞는 것처럼 버섯도 마찬가지 생장 과정을 거쳐요. 1년 중 대부분을 땅속의 균사체로 지내다 1년 중 잠깐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자실체를 형성해 포자를 번식시킨다고 해요.


버섯이 ‘숲의 청소부’라고 불린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버섯은 생태계의 분해자, 공생자, 기생자로 분류할 수 있어요. 죽은 나무나 동물 사체, 떨어진 나뭇잎 등에서 서식하고 번식하면서 식물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을 분해해 숲의 정화작용에 일조하는 곰팡이라네요.

오~~~ 숲길을 가다 숲의 또 다른 청소부를 알게 되어 반가웠어요.


그저 음습한 곳에 피어나는 식물도 동물도 아닌,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성을 가진 독버섯으로만 구분했던 버섯을 새로이 보게 되었습니다.


숲길을 가다 버섯을 보면 그저 눈길 한번 더 주어야겠어요.


그림이 어설프고 부족해서 버섯의 예쁜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어여쁜 버섯에게 미안한 마음~~

KakaoTalk_20250825_112531892_12.jpg



이전 03화정갈한 숲길, 누군가의 고단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