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이 초록의 숲이 주는 여백이 참 좋다.
우리가 즐겨 오르는 숲길은 수없이 쌓인 나뭇잎들 사이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발길이 닿은 길이다.
야자매트를 깔아놓은 길엔 사람들의 발길로 닳아 흙길이 되기도 한다.
야자매트의 폭신함도 좋고 흙길의 자연스러움도 좋다.
여느 숲길과 다르지 않은,
이 평온한 숲길.
여름과 가을 동안 떨어져 내린 나뭇잎이 쌓이고 겨우내 한기를 이겨내고 연초록잎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다 어느새 초록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숲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오르내리는 익숙한 길을 걷다 보면 더 예쁜 길이 있다.
한 고개를 넘어서면 그렇게 눈에 쏙 들어오는 숲길이 보였다.
갈 때마다 길이 예뻐서 두 팔을 짝 펴고 크게 심호흡하며 천천히 걷곤 했다.
이른 아침이라 상쾌한 공기에 싱그러운 숲길이 더 잘 보였다.
“이 길 볼 때마다 예뻐. 바람도 시원하고.”
“그치. 길이 참 깨끗해.”
자꾸 정갈한 숲길에 눈이 갔다.
길이 예쁘니 공기조차 더 청명하게 와닿고
불어오는 바람저차 싱그러운 듯했다.
분명 같은 산의 공기일 텐데, 불어오는 바람도 그 바람일 텐데 예쁜 길은 다가오는 바람조차 시원했다.
순간 길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비질 자국이 있었다.
의자가 있는 쉼터엔 비질 자국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누가 길을 쓸었어?”
“그러게~ 관리하는 사람이 있나? 그럴 일을 없을듯하고~”
궁금함은 금방 사라졌고 다시 숲길을 길을 걸었다.
아침 산을 갈 때마다 정갈한 비질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고단함? 부지런함이 이렇게 다른 길을 만들고 있구나’
숲길을 걷다 우리의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아~~~ 빗자루를 보았다.
빗자루를 뒤에 놓고 앉아 계신 어르신.
70대쯤 되셨을까?
사람들이 가장 많은 쉼터이자 운동기구가 놓은 곳을 쓸고 잠시 휴식 중이신가 보다.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아 밀크 커피를 타고 빵과 함께 아침을 드시는가 보다.
매일 새벽에 산에 올라 운동을 하시고, 아침을 드시고
산길을 깨끗하게 닦아놓으시는 분.
인사를 하지 못했다.
다음에 인사 한번 드리고 산길을 쓸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부터였는지 말씀을 들어볼까?
뉴스 지면 가득 분노할 만큼 이기적인 사람도 많고,
남의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고,
고고한 척, 깨끗한 척, 정의로운 척 하지만
비열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면서 자기 이익에 빠지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때.
길을 밝히는 사람들이 살만한 세상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묵묵히 길을 밝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