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중에는 굉장히 힘이 좋은 녀석이 있습니다. 무거운 짐도 거뜬하게 옮기고, 쉽게 지치지 않는 편이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이 친구는 늘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다닙니다. 일명 '보부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짐을 평상시에도 들고 다니는 편이죠. 가방 속에는 정말 온갖 물건이 다 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 친구의 가방 속 물건으로 거의 대처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굳이 없어도 되는 물건들까지 들어있었습니다. 예전에 한 번 다른 친구가 길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진 적이 있었는데, 보부상 친구의 가방에서 구급상자에나 들어있을 법한 소독약과 각종 연고, 붕대가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무릎이 까진 친구에겐 도움이 되었지만, 이 물건을 쓰는 경우가 과연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가방을 무겁게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떨 땐 자기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들고 있기도 하고, 평상시에도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는 사람도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많은 짐을 챙겨 다니는 이유는 뭘까요? 모두가 그렇진 않을 수 있겠지만, 주로 '불안'이 이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 중에서도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남으로써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많은 짐을 챙기게 만듭니다. 꼭 무거운 가방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한 번 책을 빌릴 때 빌릴 수 있는 최대 권 수로 빌리는 사람, 시험 기간에는 공부해야 하는 모든 과목의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 뷔페에 가면 배가 터질 때까지 음식을 욱여넣어야 하는 사람, 계획을 세울 때면 온몸을 갈아 넣어야 할 만큼 빡빡하게 세우는 사람. 이들 모두 자기 삶을 통제하고 싶어 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100%를 다 해내야 한다는 불안, 그러지 못하면 아예 안 한 것과 같다고 여기는 초조함이 이들에겐 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재해를 막을 수 없듯이 말이죠. 결국 통제는 실패하고,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집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걸 통제하려 하고, 또다시 실패합니다. 결국 자기 목을 스스로 조이는 것처럼 점점 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게 됩니다.
짐의 무게는 어쩌면 마음에 쌓인 불안의 무게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얼마나 짐을 들고 다니시나요? 얼마나 애를 쓰고, 얼마나 빠듯한 시간을 관리하면서 살고 계시나요? 매일 진심을 다하며 100%의 에너지를 쓰며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노력하는 모습이 잘못되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휴식도 일의 연장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푹 쉬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근육을 갈기갈기 찢어놓듯 힘든 트레이닝을 하는 것만이 운동은 아닙니다. 잘 먹고, 잘 쉬는 것까지 모두 운동의 과정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과정에만 집중하곤 합니다. '노력하는 것'에 말이죠.
하루 정도는 모든 짐을 내려놓은 채 집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집에서 나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벤치에 앉아있거나,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바라보기만 하는 건 어떨까요? 한 달에 딱 하루만이라도 조금도 애쓰지 않고 그저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지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음이 부서지기 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