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애 Nov 21. 2022

'반드시 해내겠다'의 함정

당위적 사고의 위험성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기계발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사회에서, 각자의 목표는 이런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꼭 부자가 될 거야!", "나는 건물주가 되고 말 거야!", "나는 반드시 연봉 1억을 찍고 말겠어!" 큰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숨어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자기계발에 뛰어든 사람의 수만큼 많지 않은 듯합니다.



상담심리학의 다양한 이론 중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상담을 진행할 때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내담자)의 신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신념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기에 적절하고, 지금 자신의 상황에 합리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거죠. 만약 신념에 다소 왜곡된 관점이 드러난다면, 이를 '비합리적인 신념'이라 부르며 이 신념 안에 들어있는 '인지 왜곡'을 수정하는 걸 우선 목표로 둡니다.



비합리적인 신념으로 인한 인지 왜곡 중 대표적으로 '당위적 사고'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바로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럼 왜 이 생각을 왜곡되었다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는 걸까요? 그 답은 우리 인간의 통제 능력과 관련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통제하고 계시나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차는 당연히 있겠지만, 심리학에선 꽤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고요. 하지만 이 말을 보자마자 여러분도 생각하셨을 거예요. 경우에 따라선 '나'를 통제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걸요. 통제한다는 건 조건을 조절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적용해 보자면 일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진행되고, 마무리되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지, 이게 '일을 통제하고 있는가'에 해당하는 의미입니다.



시작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작을 하는 건 우리 자신이니까요.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파트너는 내가 통제할 수가 없어요. 갈등이 생깁니다. 혼자 일하더라도 주변 상황이나 환경, 돌발적인 사고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건 차고 넘칩니다. 당연히 결과도 그렇겠죠. 그 결과로 인한 성과는 더욱 우리 손 밖에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웬만해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해내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일이 중요해질수록, 좀 더 커질수록 이루어질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집니다. 우리 자신의 노력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많아지기 때문이죠.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그러고 싶다고 바라는 대상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단, 이루어졌을 때 말이죠.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 우리의 행복을 가두는 감옥이 됩니다. 우리의 자유를 박탈하는 족쇄가 됩니다.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불행의 씨앗이라고까지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왜곡되지 않은, 합리적인 생각은 '~했으면 좋겠다'입니다. 여기에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아니면 말고~'입니다. 몇몇 유명한 사람들부터 수많은 책들, 동기부여 영상에선 말합니다. 간절하게 바래야 한다고요.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을 비참하게 여기고 언젠가 목표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행복을 미루는 방식으로는 오래 달릴 수 없습니다. 마라톤에 참가하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지 않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가방을 내려두고 맨몸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