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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Nov 01. 2023

결국엔 가족들이 소중한 이유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교환학생 기간은 대개 한 학기에서 일 년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보통 한 학기 정도를 외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더 많다. 나 또한 그런 경우 중 한 명이었고, 한 학기가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서 올해 2학기를 네덜란드 틸버그(틸뷔르흐)라는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내가 교환학생을 떠나오기 직전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유효한 그 말은 바로 '우려했던 것만큼 모든 것이 어렵지도 안돼, 기대했던 것만큼 모든 순간들이 낭만적이지는 않다'라는 서두른 결론이었다. 서둘러 낸 결론이었지만, 교환의 절반가까이를 해낸 지금까지도 비슷하게 느낀다는 건, 섣부른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위의 진리 같은 말을 제쳐두고, 최근 들어 조금씩 더 짙어져 가는 생각은 '외롭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 많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또 하루의 구성을 나의 마음가짐이나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항상 가족들과 생활하거나, 남들과 함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기숙사-군대에 익숙해진 나였기에 이번 경험을 그 자체로 소중하고 또 때로는 너무나 자유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생각이 많아진 어두운 밤에 혼자 산책을 나간다거나, 아침을 혼자 차려 먹다 보면 불현듯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나에게 짙게 스며들곤 한다. 어두운 밤에 호숫가로 나가서 윤슬에 비친 조명빛을 바라볼 때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부실 지경이지만 그걸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나온다. 한국에서는 따로 잘 챙겨 먹지도 않았던 아침식사를 이곳에서 내 마음대로 메뉴까지 선정해서 먹게 되었지만, 나 혼자 먹기 위해서 매번 고급 라면이라는 모순적인 메뉴를 끓이고 있는 나의 모습은, 매번 같은 내용물을 담아내는 냄비의 시선에서 굉장히 비참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결국에 그럴 때마다 나의 곁을 지켜준 것은 “가족“이다.


알고 있다. 함께 교환학생을 온 같은 지역 친구들이라던가, 혹은 조금만 범위를 더 넓혀서 보면 도움을 쉬이 받을 수 있는 다른 도시 나의 베스트 프렌드들로부터도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아무런 허물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무조건적으로 나의 길을 응원해 주는 것은 결국 새벽이 넘어서도 전화를 받아주는 어머니,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우리에게 투자하시는 미소가 아름다우신 아버지와 누구보다 나의 일에 앞장서서 고민해 주는 누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자주 표현을 하진 못했지만, 어찌 되었든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을 하며 그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는 나의 가족들에게 글을 빌려 사랑을 전송해 본다.


(그리고 세상 예쁜 모습으로 가족 톡방 사진에 등장하는 우리 집 강아지 '볼트'에게도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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