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겁이 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어릴 적 겁이 많은 아이였다. 목요일이면 서던 아파트 장날에 오던, 트럭 위 작은 바이킹조차 무서워서 타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런 겁을 상실했었다. 남자다워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이 들었고, 삶에 대한 도전을 머뭇거리지 않기 위한 나의 기지라고도 생각되었다.
그런데, 24살이나 먹은 나는 이번 '혼자 여행'을 기획하면서... 덜컥 '겁'이 났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내가 다시 겁이 많은 그때 그 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내에서 공항까지 걸어가는 새벽길을 안전할까,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오는 아침 비행기는 놓치지 않고 잘 탈 수 있을지와 같은 갖은 고민이 내 정신을 어지럽혔다.
이렇듯 삶의 사소한 순간에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하는 나를 지켜보니 처음에는 왜 이렇게 또 소심해졌나 싶었다. 군대도 다녀오고, 삶의 시련들을 겪으며 한참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만도 않았다. 어린 애도 아닌데, 오지도 않은 일을 겁내하는 나를 보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니 적당한 겁 냄은 나에 대한 '사랑'의 방증이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지킬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소중히 하는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게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도전에 있어서 망설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아끼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한결 낫다.
생각해 보면, 겁이 진짜 없던 시절에는 내가 농담으로 '눈에 뵈는 게 없다'라고 말한 시간들이 기억난다. 장난스레 한 말이겠지만, 이 말에 뼈가 담겨 있다고 본다. 가장 무모하게 살던 시절, 나는 나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삶, 특히나 '좋은 삶'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었다.
그때와는 반대로 겁이 다시 많아졌다는 것은, 삶에 대한 미련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다시금 어렸을 적 가진 게 많았던 그 시절의 나만큼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거다.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자존감이 회복되었다는 뜻이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나 스스로 떳떳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또 실천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삶 속의 다양한 유혹에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서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달려왔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 자신을 아껴주고, 또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러면서 적당히 삶을 겁내며 살기 위해서는 올바른 삶 속에서 나의 개성을 한 두 스푼 녹여내려는 내 의지가 가장 중요할 거다. 그렇게 살 것을, 오늘 이 글을 통해 나 자신에게 다짐하며 잠을 청해보려 한다.
나는, 앞으로도 적당히 겁내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