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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 철학자 Dec 07. 2023

MBTI 벽돌 깨기  

네덜란드 교환학생 수요 끄적끄적 

교환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물론 현지 학교에서의 나의 전공공부나 아니면 주변 국가를 누비는 일도 즐겨하기는 한다. 하지만 항상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중간중간 여유가 있는 시간도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휴대폰을 켜고 '0와이프 벽돌 깨기'라는 게임을 줄곧 하곤 한다. 


나의 휴대폰 배경화면에 유일하게 있는 게임어플은 바둑과 벽돌 깨기. 벽돌 깨기 게임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데, 머리를 크게 쓰지 않아도 되면서 늘어나는 공으로 벽돌을 깨나 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벽돌과 벽돌 사이로 공을 정확히 보내서 빠른 속도로 모든 벽돌이 깨져나갈 때의 쾌감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게임이 아니고, 사람의 마음은 벽돌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 속의 수많은 퀘스트들은 단순히 내가 공을 정방향으로 보냈다고 해서 벽돌이 깨지는 결과물을 온전히 돌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는 일주일이었다. 특히, 사람 마음은 벽돌보다도 깨기 어렵다는 점도 절실히 깨달았다. 

무언가 깊은 깨달음을 줄만한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잔잔하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깨달은 바다. 예를 들어, 저번 주말에는 반고흐 박물관을 보러 암스테르담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도 만나고,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사람들과도 함께 식사할 기회가 생겼다.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식사를 하는 내내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느덧 한 달 남짓 남은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아쉬움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그간 있었던 근황들도 이야기하면서 맥주는 한 잔씩 비워져 갔

다. 


그러나, 동시에 느낀 점은 확실히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가치관은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었다. 특히 MBTI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개별 특성에 기인한 생각들은, 특정 주제에 관한 명확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외향과 내향인들의 극명한 대립도 첨예했지만, 그것보다도 F인 나와 정반대로 생각하는 T 사람들의 사고체계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생각에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그리고, 때로는 , '내가 진짜 그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 이야기하겠니..'라는 생각 속에, 현실적인 멘트를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이 남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고 여겼다. 사람은 '정'으로 사는 건데, 한번 더 생각해서 말해주는 게 그리 어렵나..라고 생각한 거다.

그러나,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던 나는 그들이 잘못되었다기보다 그냥 '다른 것'이라는 점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들 딴에서도 '내가 공감해 주면 잠깐 좋겠지만, 결국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라는 양가적인 생각을 동시에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결국 개인이 어느 곳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문제인 것 같았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벽돌보다 단단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결국 내가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던 모습을 오히려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은 벽돌이 아니고, 인간관계는 게임이 아닌데, 내가 나의 입맛에 맞는 공으로 그들의 생각을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은 분명히 경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가치관은, 쉬이 흔들리지 않고 그것 그대로 일 때에 가장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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