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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정 Jul 20. 2023

머피의 법칙 같던 날들이 샐리의 법칙이 되기를

 요즘 난 일은 안 풀리고 오히려 꼬이기만 하는 머피의 법칙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안 좋은 일은 분산되어 나타나면 참 좋으련만, 꼭 군집현상을 이루어 나타난다는 게 애석할 뿐이다.


두 달여 시간 동안 간절히 바라던 일이 있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길 바라며 이번엔 잘 되겠지라는 희망과 원치 않은 결과를 마주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희망과 불안, 감정의 냉온탕을 오가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점점 무기력했고 메말라갔다. 매일 같이 노력하는 것이 참 지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기만 한다면 괜찮다는 생각에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주저앉은 나 자신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던 날들이었다.


희망이 실망이 되어 돌아온 날은 아빠의 생일날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내 감정을 잠시 뒤로해야만 하는 날이었는데, 정신승리 같지만 마음 정리하기는 좋았다. 회사는 나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진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는가. 정확하게는 밀리지 않고 매달 통장에 돈을 넣어주시니 이 점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일종의 등가교환인 셈치자 싶었다.


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애써 달래 가며, 그래도 열심히 해볼 참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겠지. 아쉬움은 말도 못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나 자신을 위로하며, 일 평생 써보지 않은 감사일기를 시작으로 좀 더 긍정적인 일상을 보내볼 참이었다.

하지만 등가교환치 고는 나에게 저울이 너무 기울었다 싶었을까, 머피의 법칙은 꼭 이럴 때 존재감을 드러낸다.


회사에서 한 한 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짜증과 한숨을 듣다 보니 손이 떨렸다. 평소라면 잠시 기분 나쁘고 털어버릴 일이었는데, 그날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짜증스러운 말투와 한숨이 비수처럼 느껴졌다. 찔린 만큼만 아파하면 되는데, 아프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이되어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지 ‘라는 신세한탄이 되었고, 하다 보니 지난날의 내 노력들이 헛수고 같이 느껴져서 서러웠다. 조금만 운이 따라줬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되뇌고, 되새겼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쓰러지고 일으켜 세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얻게 된 것 중 좋은 점은 상처에 자책이라는 모래를 뿌릴수록 어차피 나만 더 아프다는 걸 예전보다는 빨리 깨닫는다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감정을 충분히 마주하다 보면,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굳이 매번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하면서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매번 결과에 힘들어하고 주저앉을 거면 안 하면 되지 않는가 생가하다가도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게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너무 아파하지 말자. 너무 힘들어하지도 말자. 무의미한 듯한 노력과 시행착오일지라도 점점 더 나아질 거니까. 그렇게 믿고 다시금 일어나 보자고 다짐을 반복한다.


머피의 법칙 같던 일상을 잘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모든 일상이 샐리의 법칙처럼 느껴질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버티는 것, 그럼에도 잘 될 것이라고 믿는 것, 성장하고 싶은 만큼 노력하자는 것.

그 누구보다 내가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건 나 자신이니까.

괜찮다, 잘 될 거다 스스로를 북돋으며 오늘도 잘 버텼고, 앞으로도 잘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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