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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 Apr 28. 2024

장애 청소년 성장기(1)

중학교 특수교사가 바라본

저희 지역은 5개의 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어요.

(4개교는 일반계 고등학교이고, 1개교는 특성화고등학교)


저는 20년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21년 중학교로 발령받아 4년째 근무 중입니다. 


지난주, 특성화고로 진학한 졸업생 두 명이 아이스라떼 커피를 용돈으로 사서 놀러 왔더랍니다.

21년 중3이었던 아이들은 벌써 고3이 되었어요.


중학교 때도 170대였던 아이들은 179, 182라는 키만큼 여러 모습에서 성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이리 뿌듯한지요.


A는 중3, 6월경 다른 지역에서 배치변경으로 전학을 온 지적장애(복지카드 있음) 학생이고, B는 자폐성장애(복지카드 있음) 학생입니다.


A는 특성화고 원예과, B는 외식조리과로 진학시켰어요. 

보통 지금의 중학교 근처 일반계 고등학교로 당연히 진학할 줄 알고 계셨던 학부모님들께서는 제가 중3에 아이들을 맡아서 1학기 동안 지도하면서 교사로서의 저의 의견을 많이 믿고 지지해 주셨어요.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A도 B도 덩치만큼 격렬한 사춘기 호르몬이 진행 중이었어요.


B는 일본 애니 대사를 읊조리는 지연 반향어를 사용했고, 의례적인 특성도 있었어요. 자기 반에 다른 반 학생들이 오거나 나름의 규칙을 어기는 부분을 참기 어려워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곧잘 친구들과 시비가 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마다 특수 담임선생님이 바뀌어서 제가 중학교 세 번째 담임이었고, 전 담임교사, 전전 담임교사와의 규칙이나 습관들을 고집부리기 일쑤였어요. 힘든 1학기의 적응과정을 넘기고 학습력도 좋고, 기능적으로도 좋은 B는 특성화고 조리과에 진학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전년도에 근무했기에 학교 시스템이나 맡게 되실 선배 선생님의 지도방향을 믿었기에 확신이 들었어요.


일반계 고등학교는 아무래도 수능과 내신 준비에 바쁜 학생들이 많아서 그 안에서 시간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그 안에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통합하는 교육이 수능이나 내신을 위한 학습적인 면이 강할 거라서요.


특성화 고등학교는 취업을 위한 교육이라 실습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그 안에서 특수학생들도 훨씬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똑똑한 발달장애학생들은 특성화 고등학교가 통합교육 과정에서 훨씬 많은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기에 학부모님들도 동의하셨습니다.


B학생은 대학 진학을 준비 중입니다. 저희 지역에 특수 및 장애전형으로 제과제빵학과를 진학 가능한 전문대학이 있거든요. 지역 대학 진학은 일반계 고등학교를 갔어도 충분히 가능했을 테지만, 고등학교 생활이 B에게 더 의미가 있었어요.


B는 체격이 상당히 좋았고, 체력도 좋은 힘센 학생이거든요. 특성화 고등학교는 도단위 장애인 체육회 육상 대회를 지원해 주시는 체육 강사님이 주 1회 2시간 수업을 오셨어요. 그래서 다양한 육상 종목 장애인 선수 육성도 발달 장애인의 좋은 취업 기회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B는 고1이던 첫 해에 전국 규모의 장애인 체육대회 4등까지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체육 활동과 선수 경험들도 할 수 있었던 것도 잘 성장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B는 도보로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일반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통학버스를 타고 3년을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그만큼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졸업하고 매년 네가 찾아오는 이 시기쯤 되면.. 아..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내용의 상담을 했을 거야.

'너는 그때도 지금도 충분히 잘해나갈 것 같았거든!'


너는 더 넓은 세상에서 자랄 수 있는 아이야.

선생님은 늘 응원한다.


(A이야기는 다음편에서..)


B의 당시 TMI ㅡ

중3 때, 어머님께 아이의 특성을 받아들이시고 장애진단을 의료적으로 받아보자고 상담을 진행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키우셨는데, 이제는 혼자 너무 짊어지시지 말고 사회도 같이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대문제도 있고, 차후 진학 및 취업에서 장애의 배려를 받아도 충분한데..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어머님은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우셨고.. 어릴 때 초기 병원 진단 기록을 첨부하여 중3에 자폐성 장애진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장애등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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